스노보드가 그렇게 멋진 종목인줄 몰랐다. 불길한 마찰음을 내며 아슬아슬 외나무다리를 건너고, 순백의 설원을 전속력으로 질주하다가는… 마침내 새처럼 창공으로 날아오른다. 아찔한 비상. 무중력의 자유. 세 바퀴 네 바퀴, 1440도까지 공중제비를 돈 후에야 사뿐히 내려앉는다. 흰 눈, 파란 하늘, 원색의 경기복이 어우러져 눈도 즐겁다. 결승선에서 경쟁자 간에 나누는 이신전심의 하이파이브에는 엄지를 치켜올리게 된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소치 동계올림픽에 ‘올인’하는 것이 마땅치 않으면서도, 생소했던 종목의 미덕을 발견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겠다 싶었다. 봅슬레이, 루지, 바이애슬론, 컬링처럼 외국 스포츠 채널에서나 보여주는 종목을 우리나라 중계진의 해설로 보고 듣고 배우고 즐기고 싶었다. 선천적 몸치라도 그 정도 대리만족은 누리고 싶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던가? 온 몸과 정신, 땀방울로만 빚어낼 수 있는 그 아름다움은 어떤 예술작품에도 뒤질 바 아니다. 명화를 관람하듯 고전음악을 감상하듯, 그렇게 ‘한 수’ 배워보고 싶었다.

물론? ‘역시나’다. 스노보드 중계진들은 선수들이 고난이도 기술을 구사하는 도중에도 앞 선수의 점수를 들먹이며 “몇 점이면 무슨 색 메달” 식의 예상에 정신이 없다. 코스의 특성, 기상요소가 만드는 변수, 기술적인 문제, 공포와 예술성의 상관관계, 선수들의 안전따위에는 관심도 없다. 실수를 해도 과학적 설명은 없다. “감점 요소”거나 “측은지심” 일색이다. 마찰음이 주는 위태로움과 관중들의 환호같은 현장감만 아니라면 ‘묵음’으로 돌려버리고 싶을 정도다. 우리나라 선수 경기가 아닌데도 이 지경이다. 

 

공영방송 KBS의 올림픽 중계 광고는 ‘개그콘서트’보다 우스꽝스럽다. 몹시 분주한 얼굴의 아나운서 대여섯 명이 연달아 등장해 외치는 말이라곤 “김연아 모태범 이상화 금메달, 오직 KBS만이 생중계로” 뿐이다. 이에 질세라 코미디언들은 “잠깐만요… 아무개 선수 금메달 따는 것 보고 가실께요”라고 소리친다. 한 술 더 떠 대낮부터 “(오늘 밤 KBS로) 메달 따는 것 보면서 치킨에 맥주 한 잔”하자고 유혹하는 코미디언도 있다. “동계 스포츠의 세계를 보여준다”는 초대따위는 없다. 수신료를 걷는  공영방송이 이럴진대, 시청률에 기대는 다른 방송이야 예를 들 것도 없겠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해당 종목의 역사와 매력, 비전문가가 놓치기 쉬운 포인트, 선수의 입장에서 느낄 두려움과 아쉬움, 땀방울과 눈물방울의 의미, 세계적인 추세…. 비전문가는 알 길 없는 이런 ‘고급’한 내용을 설명들으며 올림픽을 즐기고 싶다. 메달 색이나 국위선양처럼 강박스러운 내용 말고, 어느 한 채널로라도 좀 호젓하게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다.  4년 후 평창 올림픽에는 이 소소한 기대가 이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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