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Pieta)는 미술사에서 많은 작가에 의해 빈번하게 작품으로 재현되어온 주제이다. 그 중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Michelangelo Buonarroti 1475~1564)의 조각상 <피에타>는 미술사를 통틀어 비견하기 어려운 천재성으로 최고의 찬사를 받는 명작이다. 155cm 단신의 미켈란젤로가 23세에 완성한 <피에타>는 1498년 루앙 교구의 추기경이 로마에 체재하는 동안, 자신을 위한 기념물을 남기려는 의도로 미켈란젤로를 여러차례 설득한 끝에 ‘등신대 크기’, ‘1년 이내 완성’이라는 조건부 계약으로 탄생했다.

<피에타>의 예술적 탁월함은 기존의 피에타를 주제로 한 작품이 강조한 ‘고통’, ‘슬픔’, ‘비탄’에 관한 동정이나 연민에서 벗어나 예수그리스도와 마리아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경외와 사랑으로 마주할 수 있도록 제작한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 <피에타>상은 바사리의 묘사대로 격정이나 열정(Pathos)등 인간의 감정적 요소가 최대한 억제된 작품으로 그리스도의 완전한 원근법적 표현, 골격 근육, 혈관, 신경, 팔의 위치, 무릎, 엉덩이 등 모두가 기적의 소산이라 할만하다. 특히 해부학에 근거한 인체 구조의 완벽한 표현이 독보적이다. 미켈란젤로는 당시 수도원장이었던 니콜로 디 조반니 비키엘리니의 도움(인체해부는 종교적으로 비난의 대상이었던 점에서 미켈란젤로의 인체연구는 하나의 특권이었다)으로 ‘뼈와 근육 구조’에 관한 인체연구를 한 것을 작품에 반영하였다. 미켈란젤로의 인체 연구는 동시대 또 한 명의 거장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 연구가 ‘신경과 순환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것과 비교된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완성된 당시 볼품없는 돌멩이를 신과 같은 최고의 솜씨로 탄생시켰다는 찬사를 받았지만, 정작 작품을 제작한 미켈란젤로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급기야 미켈란젤로는 피에타를 조각한 화가가 밀라노 출신의 화가라는 소리가 들리자, 자신의 작품임을 증명하기 위하여 밤에 몰래 작품에 다가가 성모마리아의 가슴에 두른 띠에 피렌체 출신의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라는 이름을 새겨 넣었다. 이는 미켈란젤로가 자신을 알리기 위해 새긴 최초의 사인이다.

작품을 관람한 사람들이 성모마리아가 예수그리스도보다 지나치게 앳된 얼굴이라는 이유로 비난을 할 때는 “육체에 티끌만큼도 더러운 욕망의 때가 묻지 않은 동정녀는 당연히 순결하지 않은 여자보다 젊음을 더 간직할 수 있다.”는 반론으로 응대했다. 궁극에 마리아를 향한 미켈란젤로의 개인감성이 대중적 공감대를 형성한 것을 보면 미켈란젤로의 선택이 설득력을 얻은 셈이다.

왼쪽 위에서 시계 반대방향:미켈란젤로 ‘피에타’ 1498-1499, 대리석 조각/이용백 ‘피에타-자기부정’ 2008년, FRP, 철판/이이남 ‘피에타’, 2014 설치<자료=비자트>

고전주의 대표화가 다비드가 1793년에 제작한 <마라의 죽음> 역시 미켈란젤로 <피에타>의 영향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마라의 축 늘어진 팔이 미켈란젤로 <피에타>의 예수그리스도 팔을 회화로 옮겨놓은 듯 유사하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세계 미술인뿐 아니라 한국의 미술가에게도 창조의 영감을 주는 작품이다.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참여한 이용백 작가의 <피에타-자기부정>은 미켈란젤로 <피에타>의 형상적 차용 위에 작가 의도, 의미, 재료, 제작기법 등에서 전혀 다른 조형성으로 접근했다. 거푸집과 거푸집에서 나온 주형을 실재와 허상의 관계로 형성하여 실존의 정의와 가치를 묻는 형식과 내용의 독창성으로 주목받았다. 궁극적으로 자신을 부정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실존을 묻는 성찰은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과 오버랩 되어 공감을 이끌어 낸다.

또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시 초청작가로 선정되어 주목받고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李二男·45)의 ‘다시 태어나는 빛’전에 출품한 <피에타> 역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작품이다. 원작과 달리 예수 그리스도가 성모 마리아의 품에서 떨어져 하늘로 승천하는 형상으로 만든 역발상이 돋보인다. “수백년간 붙어 있었던 예수와 성모를 떼어버리면 어떨까?”하는 생각의 전환이 오랫동안 미켈란젤로의 작품에 고정되어 있던 정서에서 벗어나게 한다. 마치 미켈란젤로 <피에타>의 다음 장면을 입체화한 느낌을 준다.

손이 떨릴 만큼 힘든 말년에도 석공 3명이 족히 3시간은 해야 할 작업량을 단지 15분 만에 깎아냈다는 미켈란젤로. 조각술의 최고 경지에 있었던 그가 떠난 지 수백 년이 지났다. 그러나 23세의 미켈란젤로에게 세계적 명성을 부여해준 <피에타>는 성피에트로 대성당(St. Pietro Basilca)의 방탄 유리벽을 넘어 관람자에게는 찬사와 감탄을, 미술가에게는 경외감과 창조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며 불멸의 명작이라는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글=변종필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관장, 미술평론가(jpda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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