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EU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선박, 자동차 등 소수 품목에 집중된 수출 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3일 무역협회 국제무역원구원이 발간한 ‘수입 급증, 수출 답보로 對EU 무역수지 적자 확대’ 보고서에 따르면 EU에 대한 무역수지는 1998년 이후로 지속적인 흑자를 보이면서 2007년 최대치(192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이후 감소하기 시작했다. 수출이 정체된 반면 수입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2012년 적자로 전환됐으며, 지난해 EU에 대한 무역수지는 107억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지난 1월 12억달러 적자를 이어갔다.

對EU 무역수지 추이

단위:억달러 <자료=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중기이코노미

국제무역연구원은 적자 확대의 원인에 대해 영국산 원유와 자동차·소비재의 수입이 급증한 반면 유로존 경기부진과 해외생산 확대로 인해 對EU 주력 수출품목이었던 선박 및 무선통신기기 등의 수출이 부진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우선 이란 제재에 따라 이란산 원유 수입이 감소되면서 2012년부터 영국산 브렌트유 수입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2년 영국산 브렌트유 수입은 전년(3억4000만달러) 대비 726.5% 증가한 28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11년 발효된 한·EU FTA 또한 수입 증가를 불러왔다. FTA에 따른 관세 인하·철폐로 화학제품, 전기·기계 부품을 중심으로 EU 제품이 일본의 소재·부품을 대체했다. 2012년부터 일본으로부터의 소재·부품 수입이 3년 연속 감소해 수입비중이 2011년 23.6%에서 2014년 18.1%까지 축소된 반면, EU 소재·부품의 수입 비중은12.4%에서 14.7%까지 확대됐다.

특히 우리나라의 EU 소비재 수입 증가율은 2011년부터  對세계 소비재 수입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으며, 2014년 EU 소비재 수입 비중은 1996년 이후 최고치인 20.0%를 기록했다. 주로 위스키, 와인, 맥주 등 기호식품과 화장품, 의류 등 고급 소비재의 수입이 증가했다.

EU 자동차 수입도 증가했다. 이는 수입 고급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의 성향과 FTA 관세혜택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2014년 우리나라의 EU 자동차 수입 비중은 전체 자동차 수입의 74.6%를 차지했다.
 
한편 항공기 및 부품, 천연가스, 금제품 등 FTA와 무관한 품목들의 수입이 증가한 것도 무역수지 적자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EU 수출은 2008년 최고치(584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와 자동차·무선통신기기의 해외생산 확대 등의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였으며, 최근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對EU 선박 수출금액 및 증가율

<자료=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또한 무선통신기기·자동차 등은 2000년대 후반부터 해외생산이 확대되면서 EU에 대한 직수출이 감소하거나 증가도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까지 對EU 주요 수출품목이었던 무선통신기기의 경우 생산기지를 중국, 베트남 등으로 이전하면서 EU의 對한국 무선통신기기 수입은 감소한 반면, 베트남산 수입은 크게 증가했다.

무역협회 제현정 연구위원은 “당분간 흑자로 반전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적자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소수 품목에 집중된 對EU 수출구조를 다변화하고 의약품, 기계, 장비 등 만성 적자품목의 경쟁력을 제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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