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설치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새누리당 아동학대근절특별위원회 간사였던 신의진 의원은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특위 간사직을 사퇴했고, 새누리당은 야당과 함께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입법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CCTV 설치 의무화는 지난 1월 인천 연수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무자비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 것이 보도되면서 발빠르게 추진되기 시작했다. 거구의 보육교사가 네 살배기 여자아이의 뺨을 때려 아이가 바닥으로 나뒹구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은 전국적인 공분을 샀고, 여야는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내겠다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사건이 발생하고 여당과 야당은 아동학대 근절을 목표로 하는 특위 및 대책위를 꾸렸다. 새누리당은 의사 출신의 아동학대 치유 전문가 신의진 의원을 간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당시 여당은 CCTV 설치 의무화 추진을 강력히 주장했고, 야당은 CCTV 설치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보육 시스템의 전면적 개편을 주장했다. 하지만 CCTV 설치 의무화 여론이 높아지자 야당도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 여야 모두 새로운 대책방안은 찾아내기 힘든 듯 했고, 결국 ‘CCTV 설치 의무화’가 핵심방안으로 자리잡게 됐다.

애초부터 CCTV 설치 의무화가 아동학대 근절 대책으로는 간과할 수 없는 한계점과 부작용이 존재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해당 어린이집에 CCTV가 설치돼 있었다는 사실은 CCTV 설치가 예방책 또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건의 진위와 아동학대의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야 될 수는 있겠지만, 버젓이 CCTV가 있는데도 아동학대는 기왕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CCTV 설치로 24시간 감시를 받아야 하는 보육교사들의 인권침해 문제도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CCTV 설치 여부’가 아닌 눈에 보이는, 현실로 와닿을 만한 근본적인 대책이다. 특위 간사직 사퇴와 같은 제스처는 국민들에게 어떤 감동도 도움도 되지 않는다. 실효성 있고 설득력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끝까지 버티며 노력하는 모습이 오히려 간절한 상황이다. 더이상 CCTV 의무화에 목을 멜 것이 아니라 보다 근원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고민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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