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이쯤 되면 재탕삼탕의 단물 빠져버린 코미디다. 지난 5일 발생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에 대한 일부 단체와 인사들의 반응이 도를 넘고 있다. 다친 사람을 위문하는 것이 아니라 작정하고 광기의 굿판을 벌이는 이 풍경이 2015년의 한가운데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다. 수백의 젊은 혼령이 아무 이유없이 스러졌던 그 때와 비교해도 이들의 반응은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신동욱 공화당 총재의 석고대죄 퍼포먼스는 대표적 사례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왕실에서나 있을 법한 석고대죄”의 심정으로 대사에게 사과와 용서를 구한다는 것이 신 총재의 설명이다. 백발 양보해 전직 대통령의 사위이자 현직 대통령의 제부가 자신을 ‘왕실’의 일원으로 규정했다손 치더라도, 이번 사건이 그가 나서 석고대죄할 사안은 될 수 없다. 이번 일로 사과, 혹은 사죄할 것은 경호와 의전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대한민국 공권력이거나 그것을 대표하는 기관이어야 하지, 아무 권한이나 책임이 없는 필부(匹夫)가 나설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2010년 일본대사 피격의 전력이 있는 용의자에게 버젓이 대사의 안전을 노출시키지 않았던가?

대한예수교 장로회 신도들의 쾌유 기원 부채춤과 난타 공연, 큰절 퍼포먼스 역시 다르지 않다. 종교인이라면 다친 이가 쾌유하기를 조용히 기도하는 것이 상식이지, 무슨 굿판을 벌이듯 총천연색 공연을 하고 플래카드를 써 붙일 일은 아니었다. 형형색색 깃발과 울긋불긋 복장으로 가득한 이날 ‘공연’ 장면에서 한반도 어딘가에서 벌어졌던 그 불길한 기시감을 읽은 것이 나 혼자였을까?

대사와 가족, 미국 정부와 국민에게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책임을 지고 사죄를 하고 재발을 막는 것은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가 할 일이다. 너도 나도 나서 사죄와 사과를 해대고, ‘보은’은 못할망정 ‘배은망덕’해서 송구하다는 ‘속죄의 굿판’을 벌이는 것은 지나치다. 조용히 물러앉아 대사의 쾌유를 비는 한편으로,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경호와 의전 체계를 바로잡도록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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