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5월 중소기업의 판로를 확대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중소기업 우선조달 제도’의 금액기준을 둘러싸고 말이 많다. 소기업·소상공인(이하 소기업)을 우대해 주는 기준을 만들면서 중기업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으니, 당초 만들었던 기준을 변경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행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기준 변경을 논하는 것은 빠른 감도 있을 뿐더러, 금액기준을 낮추는 개선안이 궁극적인 해결책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 우선조달 제도는 일반품목(중소기업자간 경쟁품목이 제외)에 대해서 추정가격에 따라 입찰 참여 대상을 제한하는 것이다. 즉 공공기관이 추정가격 2억1000만원 미만의 물품·용역을 구매할 경우 중소기업만 경쟁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수주기회를 확대한다는 것이 이 제도의 골자다. 특히 추정가격 1억원 미만의 입찰일 경우에는 소기업만 경쟁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도 도입으로 1억원 미만 입찰에서 소기업의 낙찰 건수가 7만682건으로 전년(2만9632건) 대비 138%가량 크게 증가하는 등 당초 제도의 취지에 맞는 효과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개최된 ‘소기업·소상공인 우선조달 금액기준 개편 공청회’에서는 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입찰 금액기준을 현행 1억원에서 ‘3000만원 또는 5000만원’으로 하향조정하는 개선안이 제시됐다. 개선안은 1억원 미만 공공구매에 중기업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게 되면서 중기업이 소기업화 하는 등의 시장 왜곡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소기업의 낙찰건수가 증가한 반면 중기업의 낙찰건수가 감소하고 있어, 중기업에게 기회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금액기준 하향조정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제시한 것이다.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과 업계는 개선안을 석연치 않게 바라봤다. 애초부터 문제는 일률적으로 기준을 ‘금액’으로 정한 것이기 때문에 금액기준 조정이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을 금액으로 나눈다는 것 자체가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공공시장의 구조와 특성,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업종별 기준을 고려하지 않고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뿐이라는 것이다. 소기업들의 입장도 같았다. 공청회에 참가한 소기업들 역시 금액기준을 개편하려면 업종별로 세분화된 기준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우선권이라는 혜택을 2년도 안돼서 뺏길 상황에 놓인 소기업으로서는 애가 탈 노릇이다. 관계기관은 궁극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이들 의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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