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전역 후 취업준비 중이던 B씨. 한 건설회사 전기보조 아르바이트직에 지원해 합격했다. 그런데 출근하자마자 이 회사 과장이라는 사람에게서 “급여통장을 한 달만 회사가 관리하겠다”는 엉뚱한 제안을 받았다. B씨는 일을 구했다는 기쁜 마음에 과장만 믿고 통장과 카드, 비밀번호 등을 제출했다. 그러나 2주 뒤 경찰서로부터 ‘통장 양도 행위’와 관련해 조사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과장에게 전화해 봤지만 연락은 되지 않았다.

대포통장 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용돈벌이에 나선 취업준비생들이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3일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한 통장가로채기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며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취업준비생들이 채용 시 제출서류나 회사 사원증 등의 발급절차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특히 금감원은 범죄여부와 관계없이 “통장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면 무조건 처벌받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 김용실 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올해 1월부터 전자금융거래법이 강화되면서 통장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면 대가성이 없더라도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그동안 통장이나 현금카드 같은 ‘접근매체’ 양도는 법규상 처벌대상임에도 불구, 대가성이 없으면 처벌하지 않았다.

강화된 전자금융거래법은 대포통장 명의인(통장을 빌려준 사람)에게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거래에서는 1년간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계좌 개설이 제한되고, 갖고 있는 전 계좌에 대해서도 비대면거래도 제한된다. 신용카드 발급이나 대출취급 심사 등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사례에 언급된 B씨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은 이후 신규예금계좌 개설 제한, 전자금융거래 제한 등으로 금융생활을 하는 데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통장을 빌려달라는 요구에 일절 응대하지 말 것”이 대포통장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한 금감원의 조언이다. 실수로 통장이나 카드를 이미 양도·매매했을 땐 즉시 발급 금융회사에 거래정지 또는 해지를 요청하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신분증 분실 및 금융거래 관련 정보가 유출된 경우엔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에 등록해 추가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이 시스템에 등록되면 개인정보 노출사실을 여러 금융회사들이 함께 공유해 신고인 명의의 금융거래 모니터링을 강화하게 된다. 신청방법은 금융회사 영업점이나 금융감독원 1층 민원센터를 방문해 등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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