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량이는 장래에 화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말씀이 운명이었는지, 이태량 작가는 그 후로 단 한 번도 다른 길을 꿈꿔본 적 없이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작업을 해오고 있는 천성이 화가인 작가다.

논리적 그림, oil and acrylic on canvas, 80x65cm, 2013

무의식이 이끄는 저돌적인 붓질

“1995년 첫 개인전에서부터 20년이 흐른 지금까지 예술적 표어(motto)로 삼고 제목으로 써오고 있는 ‘존재와 사고(Existence and Thought)’는 오랜 시간 나 자신과 회화를 일치시키고자 하는 도구이자 예술방법이기도 합니다”

그의 그림 전면에는 주로 ‘EXISTENCE’와 ‘THOUGHT’ 그리고 천문의 순환과 만물의 유기적 상호관계를 상징하는 숫자 ‘25920’이 전사되고, 버전의 명칭과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의 저작에서 옮겨온 문장과 수식 그리고 오랫동안 사용해 온 조형기호들이 휘갈겨져 있다. 이는 주로 메마른 물감으로 칠이 된 바탕에 저돌적으로 붓질을 가해 스스로의 호흡과 에너지가 고스란히 기록되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친구들을 위한 논리적 그림, oil and acrylic on canvas, 97x130.0cm, 2013

그는 그림은 불완전한 것이기에 그 자체만을 통해서는 진리를 얻을 수 없으며, 인간은 실재를 알 수 없기에 말할 수 없는 것은 말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스페인 작가인 타피에스(AntoniTapies 1923~2012)의 영향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의 천재적인 문학적 감성과 냉철한 철학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작품들이 이태량 작가에게 각별하게 다가오며 큰 울림을 준 모양이다.

“마음의 밑바닥에 가라앉은 원초적 욕망을 퍼 올리는 것이 예술의 기능 중에 하나라면 단지 보고 싶어하는 이미지에 길들여지거나 다소 불편함을 주는 작품들을 회피하지 않음으로써 궁극으로는 오히려 우리들 삶이 더욱 풍성해지게 될 것입니다”

그의 작업은 단지 실재를 재현하거나 증명하는 수단이 아니라 한계(언어, 표현)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실재를 구현해 나가는 과정의 산물이라 여기기 때문에, 평소에 작업을 위한 특정 소재를 찾기 보다는 철학적 사고와 탐구를 바탕으로 어느 순간의 결정적 메시지를 작업으로 옮기게 된다.

“평면 회화에 있어서, 명료한 주제와는 달리 대부분 구체적 조형을 미리 의도하지 않고 밑작업 없이 들어가기 때문에 붓을 드는 순간부터는 무의식이 이끄는 대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태량에게 있어 ‘작가’의 길이란 한 인간이 자신 안의 진정성을 탐구하는 수행자의 길일지도 모르겠다. 길고 힘든 내면의 호흡을 거쳐 세상 밖으로 탄생되는 그의 작품에서 강한 침묵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가 온 힘을 다해 ‘작가의 책임감’을 다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정리=키스갤러리 이유미 아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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