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홍용표 장관과 함께 국토교통부 유일호 장관과 해양수산부 유기준 장관이 16일 취임한다. 특히 유일호 장관과 유기준 장관을 놓고는 뒷말이 무성하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병역문제 같은 ‘고위 공직자용 필수 스펙’ 말고도 ‘10개월 임시장관’이라는 새 분류항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물론 현직 국회의원 불패의 기록이야 이어가게 됐지만, 새로운 ‘스펙’을 만나게 되는 국민 입장에서는 입맛이 쓰지 않을 수 없다.
내년 20대 총선에 출마한다고 가정하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이들 신임 장관들은 선거일 90일 전인 1월까지는 옷을 벗어야 한다.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이 10개월을 넘지 못한다는 의미다. 아무리 새누리당의 기수들이라고 하지만 ‘꿀 대진표’ 지역인 서울 송파와 부산 서구에서 지역구 공천을 받아내는 일은 거저먹기가 아니다. 연말 정기국회부터는 본격적으로 엉덩이를 들썩거려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유기준 장관의 지역구인 부산 서구는 영도구와의 통합설이 모락모락이다. 먼저 발등의 불을 맞을 수 있다. ‘10개월짜리’가 아니라 7개월 혹은 8개월짜리 장관이 되고도 남을 수 있다.
인사청문회 자리에서조차 “내년 총선 출마는 없고, 장관직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잘라 말하지 않는 이들의 미적지근한 대응을 목도하면서는 답답증이 일기도 했다. 세계적 건설강국이라면서도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는, 3면이 바다인 해양조선 강국의 꿈만 꾸다가 비극적인 참사는 끊어내지 못하는, 그런 나라의 해당 부처를 책임져야 하는 장관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겨우 몇 개월 후의 거취조차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은 아이러니다.
“임명권자가 쭉 같이 해야 한다고 한다면 그 뜻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에게 공을 넘긴 유일호 장관은 좀 낫다. 유기준 장관은 “미래의 가정에 대해 답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피해갔다. 해수부 장관을 하겠다는 그 머릿속에 몇 년은커녕 몇 개월 후의 계획조차 들어있지 않다는 의미인지 귀를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물론 “실질적으로 10개월을 다 채운다면 평균에 가깝게 하는 것”이라는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의 반박보다는 침묵이 나을 수도 있겠다. 인사 못하는 것이 무슨 자랑이라고…
줄곧 적폐 해소를 입에 달았던 박근혜 정부가 정작 ‘경영방만 부실’ 공기업에 낙하산 인사들을 더 많이 내려보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이번 장관 인사가 그 연장선상이 아니길 기도하는 이유다. 국토부와 해수부는 산업의 경쟁력은 물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대표적인 부처다. 이들 부처의 장관들까지 여당 인사들 스펙쌓기용으로 채워서는 안된다. 취임도 하기 전에 퇴임 이후를 걱정해야 하는 ‘임시정부’에서 살아야 하는 우리들이 측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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