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팀 FC서울은 지난 14일 홈 개막전을 맞아 팬들이 직접 경기장 안에서 깃발을 흔드는 기수단 이벤트를 실시했다.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기겠다는 취지였으나, 휠체어 출입을 통제하면서 어느 팬에게는 잊을 수 없는 아픔을 남겼다.

축구 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FC서울 팬의 글을 종합해보면, 이 팬은 개막전 기수단에 당첨됐으나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이유로 경기장 입장을 거절당했다. 이른 아침 기수단 연습을 위해 경기장을 찾았으나, 연습을 위해 경기장 입장을 하려는 순간 휠체어를 타고 있어 “동선상의 문제”로 인해 입장할 수 없다는 통보를 들었다는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팬은 척수염을 앓고 있다.

이 팬은 자신이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점을 사전에 알리지는 않았지만, 집결지에서도 아무 얘기가 없다가 경기장 진입 직전에야 입장불가 통보를 한 데 대해 섭섭한 감정이 들었다며 다음 아고라와 축구 커뮤니티에 사과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다수의 축구팬들이 커뮤니티 등에서 FC서울의 처사에 대해 부당하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이후 구단 측이 거듭 사과의 뜻을 전하자 결국 이 팬은 아고라와 커뮤니티에 쓴 자신의 글을 삭제했고, 글을 쓴 것이 과한 행동이었다며 FC서울을 열심히 응원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FC서울의 성의있는 사과를 팬이 받아들인 덕분에 사안 자체는 일단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만일 외국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성의있는 사과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 정도는 쉽게 짐작해볼 수 있다.

경기장 건물에 진입한 뒤 잔디밭으로 가는 과정에 계단 등이 있어 휠체어의 움직임이 어렵다면, 계단 위에 경사면을 설치하는 등 임시적인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계단 등이 휠체어의 접근성을 차단하는 상황 자체가 용납되지 않으며, FC서울이 건물에 대한 소유권이나 관리권 일체를 보유하지 않더라도 팬들을 추첨해 기수단을 운영하는 상황이라면 이에 대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입장을 거절한 이유가 휠체어의 진입으로 잔디밭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잔디밭 위에 차량이 진입한 사례가 과거에 있었다는 점이 제기된다면, 유독 휠체어에 대해서만 다른 대우를 취했기 때문에 부당한 차별이라는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FC서울은 장애인의 날 무료입장이나 장애인 및 가족 초청, 장애인 가정에 대한 기부활동 등을 해왔다. 이런 활동을 하는 기업에서 차별 이슈가 발생했으니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기부나 초청행사로 쌓아온 긍정적인 이미지가 한순간에 날아갈 위기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 “장애인을 차별하면 안된다”는 추상적인 인식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비즈니스 상황에서 차별행위를 금하는 행동지침을 마련해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봉사활동이나 기부와 달리 티나지도 않고 자랑할 것도 아니지만, 이런 프로세스를 먼저 갖춘 기업이야말로 장애인 차별을 반대하는 실천적인 기업이 된다.

앞서 외국 사례를 들었지만, 비단 해외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도 아니다. 당연히 한국에서도 장애인 차별을 해서는 안되며, 한국에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있다. 법을 지키기만 하면 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최소한 법은 지키고 볼 일이다. 봉사활동도 좋고 기부도 좋지만, 개별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지에서부터 차별반대가 시작된다. 의심많은 소비자들 앞에서 ‘진정성’을 강조하는 기업에게 어떤 선택이 가장 합리적일 지는 두 번 물어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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