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드(FRAND) 원칙의 철자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의 머릿글자에서 따왔다. 국제표준으로 지정된 표준특허 보유자가 다른 기업에게 합리적 수준의 로열티를 받고 이용권을 부여하되, 해당 특허를 사용하려는 기업 간에 차별적인 협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정하고 있다. 특허권자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해당 특허를 활용한 제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5월 세계 IT 업계를 뜨겁게 달군 삼성전자와 애플의 표준특허 소송전에서 애플의 논리로 활용되기도 했다. 애플은 삼성전자 특허권 일부를 인정하면서 프랜드 원칙을 통해 자신들의 사용권을 주장했다. 반대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려는 성실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애플이 프랜드 원칙을 어겼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근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퀄컴의 사례와 함께 언급하면서 프랜드 원칙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CDMA 표준특허 최강자인 미국 퀄컴(QualComm)에 대한 조사를 공식화했다. 표준특허를 이용한 퀄컴의 횡포와 프랜드 원칙 위반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히며 “무혐의가 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중간점검표를 전해주기도 했다. 이는 관련 기업들이 퀄컴에 지불하고 있는 특허 사용료, 이른바 ‘퀄컴세’에 대해 우리나라 경쟁당국(FTC, Fair Trade Commission) 수장이 언급한 첫 공식적 철퇴 의지라는 면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퀄컴세는 공정위가 올해 정한 글로벌 독과점 ICT(정보통신기술) 기업 횡포 집중감시의 첫 타깃으로 알려졌다. 퀄컴은 국내 ICT 기업들에게 과도하거나 부당한 사용료 지급을 강제하거나 끼워팔기 등을 강요해, 업계에서는 퀄컴에 내는 사용료를 ‘퀄컴세’, ‘노예계약’, ‘주종관계’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한편 퀄컴세는 지난 2월 초 중국에서 이미 철퇴를 맞았다. 당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National Development Reform Commission)는 퀄컴에 60억8800만위안(당시 환율 기준 1조600억원)의 벌금과 시정조치를 내렸다. 중국 정부는 무려 14개월간 진행된 퀄컴의 반독점 위반 사건을 마무리하고 반독점 사상 최고액의 벌금을 부과했다. 지난해 중국 반독점법 벌금 부과총액 18억위안의 3배가 넘는 금액이다. NDRC는 퀄컴이 고가의 특허수수료를 받고, 특허권을 끼워 판데다, 협력업체에 불합리한 조건을 부과해 중국 3G 스마트폰 판매가격 상승의 원인이 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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