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팅이 연일 화두다. 그러나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3D프린팅 산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한국의 3D프린팅 장비 세계시장 점유율은 2.2%에 불과하다. 미국이 38.3%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일본이 10.2%, 독일 9.3%, 중국 8.3%다. 여타 ICT산업에서는 세계시장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국이 3D프린팅 분야에서는 후발주자에 머물러 있다는 얘기다.

시장 규모도 영세한 수준이다. 국내 3D프린팅 시장규모는 2013년 420억원, 2014년 590억원, 올해는 820억원에 이를 것으로 미래부는 전망하고 있다. 시장에 진출한 기업 대부분은 중소기업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3D프린팅 산업이 일정 수준 이상 커지는데는 제약이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진단도 나왔다.

대기업 중에 그나마 3D프린터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3D프린터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로킷’과 3D프린터 공급계약을 맺었다. 삼성전자도 협력업체인 STI를 통해 3D프린터 시제품을 생산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으나 공식적으로 3D프린팅 산업에 뛰어들지는 않고 있다.

글로벌기업들은 3D프린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8.1에 3D프린터 지원기능을 탑재했으며, 모토로라는 3D프린팅을 이용한 조립식 스마트폰 ‘아라’를 출시하기도 했다.

정부는 3D프린팅 산업을 미래의 먹거리로 판단, 산업을 적극 육성 중이다. 미래부는 2020년까지 3D프린터 글로벌 선도기업을 5개 육성하고, 시장점유율은 1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뒤를 잇는 세계 2위 시장으로 키우겠다는 의미다. 전국 3000개 초·중·고등학교에 3D프린터를 보급하고 전문강사를 양성해 2020년까지 1000만명의 3D프린터 활용인력을 육성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미래부 강성주 정보통신융합정책 국장은 1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배덕광 의원(새누리당)이 주최한 ‘3D프린팅 메이커스 페스티벌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한국의 3D프린팅 산업은 세계시장에서 뒤쳐져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3D프린팅 시장 자체가 형성돼 있지 않은 것이 문제다. 지금까지 3D프린팅을 사용자 입장에서 봤다면 이제부터 개발자의 관점에서 접근해 산업을 키워나가겠다”고 했다. 또 해외에서 3D프린터를 이용한 총기가 생산된 것과 관련해서는 “국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산업통상자원부도 3D프린팅 활성화 사업에 동참한다. 산업부 문승욱 시스템산업정책 국장은 “미국이 중국에 제조업 패권을 빼앗기면서 3D프린팅 산업에 주력하고 있다. 여전히 제조업이 산업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한국도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감이 있다”면서 “미래부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3D프린팅 육성전략을 짠다면 산업부는 기존 제조업과의 관계를 고려해 인프라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왜 3D프린터인가에 대한 답변은 고산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가 내놓았다. 우주인 후보이기도 했던 고산 대표는 현재 비영리 법인인 타이드인스티튜트에서 기업들의 기술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고산 대표는 “지난 2009년 3D프린터 관련 핵심 특허가 만료되면서 저가형 제품이 많이 출시돼 누구나 3D프린터를 가질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자신이 필요한 것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가지면 혁명적인 일이 일어난다. PC, 인터넷, 모바일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배덕광 의원은 “3D프린팅이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은 스마트폰이 우리 삶에 미친 영향보다 100배 정도 크다고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3D프린팅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3D프린터 제조기업 3D박스 정선필 대표는 지난 1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3D프린팅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금형 사출을 통한 기존 생산방식을 대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플라스틱이라는 소재의 한계와 함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는 현실적인 진단을 내놓았다.

3D프린터로 장난감을 제작하고 있는 장석윤 산업 디자이너도 이날 토론회에서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장 디자이너는 “3D프린터가 대중들에게 신기할 수는 있지만 지금 일상에서 사용하기에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기계가 필요한 것은 둘째치고 설계 교육도 받아야 하고, 출력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면서 “지금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는 3D프린터 기술로 ‘무엇’을 만들지, 즉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에 대한 방향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3D 프린터 콘텐츠기업인 고블린3D의 이동훈 대표는 “현재 3D프린팅 기술은 기존 산업에 융합되지 못해 매출이 나오기 어려운 상태다. 지난해에는 많은 3D프린터 기업들이 도산했다. 이 산업이 거품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면서 “정부는 국내 소규모 3D프린팅 업체들을 육성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