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은 18일부터 3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2015 코리아 나라장터 엑스포’를 열고 있다. 기술우수제품과 우수조달물품이 전시되는 이번 엑스포에서는, 해외조달시장진출 설명회와 구매상담회 등이 진행된다.   ©중기이코노미

비수도권의 중소규모 건설회사인 A사는 해외 수주실적이 거의 없었지만, KOICA(한국국제협력단)의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조달사업 입찰에 참여해 해외실적을 쌓아 나갔다. 이러한 방식으로 2000년대 초반 다른 회사들이 참여를 꺼리는 전후 복구사업에 과감하게 참여한 것이 성공의 첫 단추였다. 이 회사는 이 실적을 바탕으로 스리랑카와 베트남 등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서도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

18일 ‘2015 코리아 나라장터 엑스포’의 부대행사로 열린 ‘해외조달진출 설명회’에서 KOICA 조현규 원조조달계약팀장은 이같은 사례를 소개하며, “리스크가 높을수록 기회가 많다. 상대적으로 기피요인이 있는 지역을 목표로 잡아 준비하면 해외진출의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있다”고 말했다.

흔히 ‘공적개발원조’로 번역되는 ODA는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지원사업 일체를 말한다. 정부나 국제기관이 건축물을 짓거나 물자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조 팀장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ODA 시장 규모는 140조원 규모다.

한국의 전체 ODA 규모는 2조3000억원이다. 세간에 ‘봉사단체를 파견하는 기관’으로 알려져있는 KOICA는 한국정부의 대외 공적개발원조를 담당하는 실시기관으로, 2500억원 규모의 원조조달을 직접 발주하고 있다. 이밖에 수출입은행 등도 ODA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조 팀장은 ODA 사업 발주 트렌드가 최근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ODA 사업 발주가 공정성을 중심으로 한 행정업무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전략적 파트너를 선별하는 비즈니스 성격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좋은 상품이나 용역을 제공하면서 한번 등록을 잘 해놓으면 장기적인 물량을 수주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다른 공공조달과 달리 경쟁률 편차가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국내의 정부나 공기업 조달에는 수십개에서 100개가 넘는 기업들이 참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KOICA의 ODA 조달에는 하나의 입찰에 2~3개의 기업이 참여하는 일도 적지 않다. 공공조달과 마찬가지로 2인 이상의 유효한 입찰이 있어야 성립하는데, 이 요건이 충족되지 못해 유찰되는 일도 자주 있다고 한다. 조 팀장은 “다른 공공조달과 마찬가지로 KOICA도 유찰이 2회 이상 거듭되는 사업의 경우, 규정에 따라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매년 전체 사업의 30~40%가 수의계약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3년 KOICA 원조조달실적을 보면, 전체 190건 중 36.3%인 69건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2013년 KOICA 원조조달 계약유형

<자료=해외조달진출설명회 자료집>

그는 ODA 조달시장에 진출하는데 있어서, 집중화와 분산화 각각의 장점을 고루 갖춘 하이브리드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건설기업이다’, ‘우리는 환경기업이다’라는 집중화에 얽매이지 말고 폭넓게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해당국가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전문가나 다른 기업과의 협력 역시 적극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OICA를 통하지 않고 UN 등 국제기구의 조달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조달절차가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선뜻 나서기 어렵다. 게다가 신뢰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업수행 실적이 중요한 평가기준인데, 처음부터 국제기구를 통해 실적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기도 하다.

이 경우 KOICA의 조달에 참여해 실적을 쌓으면 도움이 된다. 전 과정이 한국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참여하기 쉽고, KOICA 조달참여 실적은 UN 등 국제기구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해외진출의 발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KOICA는 국내 기업의 해외 조달시장 진출을 지원하기도 한다. 원조조달협력업체로 등록한 업체가 기관회원이 되면, 전세계 조달시장 정보가 집중되는 미국의 데벡스(DEVEX, The Development Executive Group)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데벡스를 이용하면 전세계 160개 이상 기관들의 프로젝트와 입찰정보, 사업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입찰이 시작되지 않은 지역의 잠재적인 사업정보와 9000여개의 ODA 전문회사, 38만명 이상의 ODA 전문가 인력 DB도 제공받을 수 있다. 개별 프로젝트나 사업기회에 대해 전문연구팀의 자문도 받을 수 있고, 해외기업 네트워킹과 정보보고서 등의 서비스도 제공된다.

조 팀장은 “ODA 조달시장은 아직까지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블루오션”이라며, “대기업이 아니라도, 해외지사가 없어도 KOICA 사업을 통해 해외진출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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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해외조달진출설명회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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