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2400여건의 고객 개인정보를 보험회사에 팔아넘겨 231억여원의 부당수익을 올린 사실이 만천하에 공표된 것이 지난 1월말. 그 뒤로 한달 보름을 훌쩍 넘겼지만 홈플러스는 피해구제 조치 등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대신 할인행사라는 편리한 방법을 택했다. 도성환 사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1년동안 500개 신선식품 가격을 10~30% 인하하고, 시니어 인력을 포함한 500명 고용창출 등을 통해 고객과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 혁신안을 소개했다. 개인정보 불법매매 사건에 대해서는 사법부 절차가 아직 진행중이라며 입장표명을 미뤘다. 선심 쓰듯 여는 할인행사로 개인정보 매매 사건을 물타기하려 한다는 비난이 인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번 할인행사가 소비자와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이번 행사는 불매운동을 열 정도로 마음이 떠난 소비자를 잡기 위한 장사꾼의 손짓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선심을 써도 제대로 쓰지도 못했다. 막상 점포에 가보니 광고한 할인상품이 다 떨어지고 없거나, 가격이 저렴한 대신 품질이 영 아니올시다라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형국이니, 오히려 이 회사의 부족한 윤리의식과 진정성을 전면에 부각시키는 꼴이 됐다.

이쯤 되면 이 회사가 고객의 신뢰를 중요히 여기기나 하는지, 기업윤리나 이미지를 신경쓰기나 하는지 의구심이 인다. 무엇이건 ‘쉽게 잊어주는’ 우리 국민성을 너무 만만히 본 것은 아닌지 자조적인 느낌마저 든다. 이런 기업에게는 과감하고도 신속한 조치가 정답이다. 지난 16일 경실련과 진보네트워크센터가 ▲홈플러스에 대한 과징금 부과 ▲피해자들에 대한 개인정보 제공 사실 통지 ▲피해자의 개인정보 열람권 행사 등을 요구하는 신고서를 방통위에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신의 정보가 “1980원이나 2800원에 판매됐는지 확인조차 하지 못한다는” 피해자들의 개인정보 침해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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