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다원 녹차밭<사진=상상출판>

전남 보성읍 봉산리. 이곳은 180여만평의 차밭이 펼쳐진 국내 최대의 다원 아니, 차 평원이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 겹겹이 산허리를 감싼 초록바다의 차밭은 그 자체가 장관이다. 봄이 되면 초록으로, 다시 황금빛이 섞인 연초록으로 색깔이 바뀌는 차밭은 그 짙은 해무 속에 항상 촉촉이 젖어 있다. 그리고 마침내 수확철이 되면 그 초록빛이 연하다 못해 황금빛을 이룬다. 매년 5월이 되면 봉산리 일대가 황금빛 초록으로 물든다. 녹차를 마시고 차밭을 산책하다 보면 매연과 회색빛 도시에서 탈출해 몸이 먼저 정화되는 감흥을 느낄 수 있다.

대한다원<사진=상상출판>

이곳에서 찻잎을 따고 차밭도 산책할 수 있다. 차밭 산책은 이른 아침이 제격이다. 차밭은 평지에서 가파른 산록까지 이어지는데, 높이 오를수록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보성은 원래부터 한국 차의 명산지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지리적으로 볼 때 한반도 끝자락에 위치해 있어 바다와 가깝고, 기온이 온화하면서 습도와 온도가 차 재배에 아주 적당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내륙에서 가장 큰 규모이고, 차의 품격도 국내 제일을 자랑한다.

대한다원 삼나무길<사진=상상출판>

보성읍에서 남해 바다로 나가려면 봇재라는 아흔아홉고개를 넘어야 한다. 구불구불 봇재를 넘어가다 보면 누구든 발길을 멈추는 곳이 있다. 봇재에 전망대격으로 차밭 위에 높다랗게 지어진 3층 누각 다향각에 서면 상하좌우가 온통 차밭이다. 특히 높은 누각에서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차밭의 풍경은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온 산이 마치 녹색 양탄자를 깔아 놓은 것처럼 계단식으로 가꾸어진 차밭과 득량만의 수려한 해안경관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풍경이다. 다향각에서 바라보는 봇재 일대는 온통 차밭 일색으로 동양다원 보성다원 등 대형 차밭들이 산등성이를 따라 계속 펼쳐진다.

율포녹차해수탕<사진=상상출판>

다향각을 뒤로 하고 내쳐 달리면 뻘건 개펄에 어선들이 올라앉은 모습이 인상적인 율포가 나타난다. 일제시대 처음 개발됐다는 율포해수욕장은 해수면 윗부분만 모래이고 그 아래는 모두 개펄이라 해수욕장으로서는 매력이 다소 떨어지는 듯 보인다. 주말이면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아 붐빈다. 율포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은 바로 맛 때문이다. 율포 바로 앞 여자만에서 잡히는 바지락, 새조개, 키조개, 전어, 꼬막은 이곳의 맛을 더 돋보이게 하는 특산물이다. 다른 곳보다 월등하게 덩치가 큰 키조개나 새조개를 회 또는 데쳐 요리한다. 특히 바지락 회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이다. 율포해수욕장에서 느끼는 남도의 맛은 여유와 넉넉한 인심에서 묻어나는 깊은 맛처럼 인상적이다.[유철상 상상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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