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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적률 이미 높아 5년뒤 재건축 감소한다 경제성 떨어져 주택건설 유지보수 대세…중소건설사 기회

기사입력2015-03-23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020년 이후 노후주택 비중은 증가하지만, 재건축은 오히려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 ©중기이코노미

지난 1월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힌 바 있다. 1990년 지어진 아파트는 종전대로라면 2030년 이후 재건축을 할 수 있었으나, 연한이 줄어들어 이제는 2020년에 재건축을 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한국의 아파트 중 절반 가량이 1990년부터 2000년 사이에 지어졌다. 이들 아파트들이 일제히 재건축에 들어가면 어마어마한 재건축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오히려 재건축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건설산업연구원이 개원 20주년을 기념해 지난 19일 개최한 ‘미래 한국건설산업의 선택, 성장을 위한 부문별 전략 세미나’에서 건설산업연구원 이홍일 연구위원은 “2020년대 중반 이후 재건축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2020년 이후 30년 이상 노후주택은 급증한다. 통계청은 5년마다 한번씩 인구주택총조사를 진행하는데, 지난 2010년 기록을 보면 30년 이상 주택은 135만호로 전체의 9.7%에 달했다. 1990년부터 2000년 사이 건설된 아파트가 385만호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0년중반 이후 30년 이상 노후주택의 비중이 30%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주택유형별 준공연한 비중

통계청 인구주택조사(2010년) <자료=‘미래 한국건설산업의 선택, 성장을 위한 부문별 전략 세미나’ 자료집>

노후주택이 증가하는데 재건축은 오히려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은 언뜻 모순돼 보인다. 하지만 “1990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의 용적률을 감안하면, 서울 강남 등 입지여건이 좋은 일부 지역 위주로 재건축이 추진될 것”이라는 이 연구위원의 예상을 들으면 쉽게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용적률은 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건축물 바닥면적의 총합)의 비율이다. 연면적 계산에서 지하면적은 제외하기 때문에, 같은 면적에 같은 평면크기의 건물을 짓는다면, 용적률이 크다는 것은 건물 층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한 필지의 토지 안에 건축된 건축물의 바닥면적을 의미하는 건폐율은, 값이 크면 클수록 건물과 건물사이 간격이 좁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부동산114가 주상복합을 제외한 일반아파트 6175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서 1990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의 용적률은 평균 191.6%였으며 서울은 이보다 소폭 높은 194.6%였다. 그러나 전국에서 1991년부터 2014년 사이 지어진 아파트의 평균 용적률은 234.0%, 서울 아파트는 267.2%로 용적률이 크게 상승했다. 이전보다 고층아파트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과거에 지어진 5층 아파트는 20층 정도로 재건축할 경우 기존 주민들이 살 집 외에 추가로 판매할 집들이 많이 생겼고, 집값이 상승하던 시절이라 이 판매분으로 재건축 비용을 충당하고도 수익이 발생했었다.

하지만 최근에 지어진 20층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을 하더라도 가구수를 많이 늘리기 어렵고, 설령 늘려서 지었는데 분양이 안될 경우 큰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2010년 이후 집값이 주춤하면서 다수의 아파트 재건축조합들이 미분양으로 건축비를 추가부담하는 어려움을 겪으면서, 재건축만 하면 무조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신화는 이미 깨진 상황이다. 이 연구위원이 “강남 등 입지여건이 좋은 일부 지역” 위주로 재건축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은 바로 이런 경제성 때문이다.

아파트 준공시기별 평균 용적률

부동산114 조사결과 <자료=‘미래 한국건설산업의 선택, 성장을 위한 부문별 전략 세미나’ 자료집>

건물을 아예 새로 짓는 재건축 대신 수직으로 층수를 늘리는 수직증축 역시 대안이 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따라서 30년 이상 노후주택을 리모델링해 계속해서 이용하는 저비용 리모델링 시장이 2020년대 중반 본격화될 것이라고 했다. 예상대로라면 건물의 유지보수 시장이 급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시공 중심의 현행 건설시장과는 다른 유지보수 시장이 열린다면, 중소 건설사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신축시장의 변화는 이러한 주택 건설업체의 변화를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 연구위원은 주택 신축시장이 2020년께 양과 질 모두 축소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규 주택수요는 2030년까지 매년 7000~8000호가 감소해 2011년에 43만호를 기록한 주택신축이 2020년 36만여호, 2030년 30만호까지 줄어들고 2030년 이후에는 감소폭이 더욱 확대된다는 것이다.

질적변화의 키워드는 다운사이징이다. 가족구성원 수가 줄어들면서 대형면적 주택에 대한 수요는 이미 감소해 왔는데, 2020년 들어 이같은 추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연구위원은 일본의 예를 들면서 건설업체들이 시공중심에서 임대, 운영, 개발 중심으로 변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 이미 건설업체들이 임대시장에 진출해 자리잡은 경우가 있는데, 이같은 주택 운영시장이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