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왜 대기업 앞에서 종이호랑이 신세인지를 검찰이 확인시켜줬다. 삼성과 SK, LG가 공정위 조사를 방해했음에도, 검찰이 거듭 불기소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지난주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전자와 SK C&C, LG전자의 공정위 조사방해와 관련된 임직원 13명의 고발건에 대해, 지난 2월 서울고등검찰청의 항고각하 결정에 불복해 대검찰청에 재항고했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이 사건에 대해 지난 2012년 11월 관련 임직원을 고발했으나, 서울중앙지검은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가 항고하자, 서울고검은 수사 미진을 이유로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돌려보내는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재차 불기소처분 결정을 내렸고, 서울고검이 재항고를 각하하자 대검찰청에 항고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이 경제개혁연대의 고발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내린 이유는 공정위 수사를 앞두고 있는 기업들이 참고할 만하다. 경제개혁연대는 서울중앙지검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의 경우 삼성전자는 피고발인들의 지시에 따라 단체의 위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고, SK C&C는 영치 중이던 서류를 가져가 폐기하기는 했으나 그 과정에서 공정위 조사공무원들의 통행에 약간의 불편만을 주었기 때문에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고 공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유통에 관한 조사를 하러 관련부서로 가는 공정위 공무원의 출입을 50여분 간 지연시켰다. 이 사이 관련 서류를 폐기하고 조사대상자의 PC를 교체했으며, 담당자는 출장 중이라고 허위로 전화응대를 하며 조사를 피한 사실이 추후 공정위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4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다. SK C&C는 법에 따라 공정위가 별도로 영치 중이던 서류를 빼돌려 폐기했다. 그러나 모두 특수공무집행방해가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밖에 경제개혁연대가 주장한 위계공무집행방해, 증거인멸 등이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에 대해 법리적인 반박을 일부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행법 상 서류를 빼돌려 폐기한 사실이 CCTV 영상사진을 캡쳐한 회사내부 문서 등을 통해 확인됐음에도 공무집행방해가 아니라는 검찰의 해석은 다소 놀라울 따름이다.
공정위 조사를 방해한 결과 삼성은 4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고, SK는 2억9000만원, LG는 8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을 뿐이다. 갑질이나 담합, 일감몰아주기 등 경제 질서를 교란시키는 행위를 하고도, 공정위 조사를 잘 방해하기만 한다면 약간의 과태료만 물면 그만인가? 공정위 조사방해가 명백하게 입증된 사례가 거의 없어 다른 사례와 비교하긴 힘들지만, 만약 조사대상이 삼성과 SK, LG 임직원이 아니라 중소기업이었더라도 검찰이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지 의문만 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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