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자 많은 (과의) 과장은 국장 못 되게 한다”
이른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주장한다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석에서 농반진반으로 던진다는 말이다. 급기야 16일에는 자신의 집무실 벽에 교육부 미혼직원 ‘현황표’까지 내걸었단다. 보험회사 영업사원별 실적표처럼 표를 만들고는, 성과 연령, 직급별로 미혼상황을 정리했단다. 이를 토대로 직원 결혼독려를 공식화하겠단다. 그걸 또 자랑이랍시고 여기저기 홍보까지 한 모양이다.
황 부총리가 이야기했다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나 ‘직원이 행복해야 창의적 문화가 싹튼다’는 주장은 말로만 놓고보면 일견 그럴듯하고 환영받아 마땅한 문구들이다. ‘가족과 결혼의 가치에 좀 더 무게를 두었으면 한다’는 그의 개인적인 가치기준에도 토를 달 생각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부처의 장관이라는 사람이 이러한 ‘개인적’ 가치관을 공식화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방식으로라도 강제화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다.
결혼은 철저하게 개인적인 사안이다.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불법단체를 가입하거나, 비인도적인 행위를 저지르거나, 업무상 뇌물을 받거나, 심지어 지각을 하거나 복장을 방정히 하지 않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직원의 생사여탈권을 쥔 손바닥만한 회사의 제왕적 경영자라고 해도 어찌 해 볼 수 없는 개인의 고유한 선택의 영역이다. ‘가정의 가치’가 황우여라는 개인이 정한 최고의 가치라고 해도, 그것을 빌미로 공적인 영역에서 어떠한 영향력을 발휘해서는 안된다. “미혼자 많은 과장은 국장 못 되게” 류의 발언은 농담 여부를 떠나서 부적절하고 위험하기 그지없다.
황 부총리는 지난 2012년에도 “결혼으로 성폭력을 막자”는 의미로 들릴 수 있는 발언을 해 구설에 휘말린 바 있다. 비록 “가정의 역할을 강화해 인성교육을 활발히 해야한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성범죄 발생원인 왜곡’이나 ‘미혼자의 잠재적 성범죄자화’라는 역풍에 시달리기도 했다.
교육부장관의 집무실에 우선순위를 갖고 걸려있어야 할 현황판은 밥을 굶고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수, 예산 문제로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교사인력, 하다못해 공교육에서 걸러내지 못한 수능시험 문항수 같은 것들이지, 가장 ‘개인적인’ 정보라 할 수백명 직원들의 결혼 여부를 적은 숫자들이 아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백년대계를 책임지는 부처의 수장이 ‘창의적’인 아이디어 낼 생각은 못하고 구태의연한 상명하달식 현황판이나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저 우울해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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