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고용노동부>   ©중기이코노미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와 인건비 지원사업에도 불구, 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비율은 9%에 그치는 실정이다. 정년이 60세로 확정된 가운데 노사합의를 위해서는 근로자들의 정년을 추가로 연장하는 등 보다 다양한 형태의 임금피크제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9일 낸 자료에 의하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은 전체의 9.4%에 그치고 있다. 근로자 1000명 이상인 기업의 도입률은 21.4%로 비교적 높았으나 근로자 100~299명 기업의 도입률은 7.9%에 불과했다.

대기업은 정년 60세 도입을 코앞에 두고 발 빠르게 노사합의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올해 들어서만 신세계, KT, 대한항공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결정했다. 

임금피크제란 근로자의 정년퇴직 직전 몇 년간 임금을 순차적으로 감액하는 제도다. 지난 23일 임금피크제를 도입을 선언한 대한항공은 만 56세 임금을 기점으로 정년퇴직까지 매해 임금을 10%씩 삭감하기로 했다. 만 57세에는 기존임금의 90%, 만 58세에는 80%, 만 59세에는 70%를 받게 되는 식이다. 

중소기업들이 아직 임금피크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는 정년 연장 시기가 대기업보다 1년 늦기 때문이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촉법)에 따르면 근로자 300명 이상인 기업과 공공기관은 2016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의무화된다. 이밖의 기업은 2017년부터다. 

기업 차원에서 노동자와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대통령 소속 노사정위원회의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도 지난해부터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해 논의해오고 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경영계에서는 임금피크제를 법으로 못 박자고 주장하고, 노동계는 인건비 절감을 위한 무조건적 도입은 안 된다며 맞서고 있다.

노동계의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법적으로 정년 60세를 보장하고 있는데 자진해서 임금을 삭감할 이유는 없다는 얘기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2월 임금피크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긴 취업규칙 변경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사측의 부당한 강요가 있었다는 주장이 불거지기도 했다. 

근로자들이 수긍할만한 임금피크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임금피크제 도입 설명회에서 하이에이치알 노무법인 김용진 대표는, 정년을 61세 이상으로 채택한 뒤 이에 맞춰 임금을 차츰 삭감하는 ‘정년연장형’과 정년퇴직 후 재고용하는 ‘고용연장형’ 등의 임금피크제를 소개했다.

▲ 정년연장형= 정년을 61세 이상으로 잡고 근로자들의 임금을 순차적으로 감액하는 제도다. 가령  58세에 기존 임금의 80%, 59세에 70%, 60세에 60%, 61세에 50%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정년연장형의 경우 숙련 기술자를 장기간 고용할 수 있고 조직 충성도를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정년 추가 연장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절감 효과가 미미하다”고 했다. 근로자 입장으로 바꿔 말하면 정년을 61세 이상으로 늘릴 수 있어 긍정적이므로 노사가 임금피크제 합의를 이끌어내기에 수월할 수 있다.

▲ 고용연장형= 57세부터 정년인 60세까지 임금을 감액하는 대신 퇴직 후 재고용을 약속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정년 후 재고용할 때는 촉탁 방식을 적용하거나 별도의 임금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할 경우 근로자의 신분이 달라져 업무 집중도나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KT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이와 유사한 ‘시니어 컨설턴트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성과가 우수한 직원은 심사를 거쳐 추가로 정년을 2년 연장하는 제도로 최대 62세까지 일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