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환대출이 24일 출시한지 이틀만에 9조원을 넘어섰고, 곧 연간한도인 20조원 모두 소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2%대의 저금리라는 매력 때문에 이처럼 수요가 폭주하자 금융당국은 총한도를 증액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고, 은행 뿐 아니라 보험회사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중기이코노미에 따르면 안심전환대출은 기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2%대 중반의 저금리로 바꿔주는 대출상품이다. 단, 변동금리 또는 이자만 내고 있는 대출만 대상이다. 갈아탈 때 중도상환수수료까지 면제된다. 원금 갚아가는 것을 뒤로 미뤘거나, 금리가 오를 때 상환금액을 더 내야하는 변동금리 대출이용자들이 안심전환대출로 전환하면 가계부채가 건전해 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그러나 형평성을 감안하면 발상부터가 우습다. 우선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300조원을 넘어서 올 한해 한도 20조원으로는 ‘운 좋은 대출자’만 혜택을 보게된다. 한도가 조기에 소진될까봐 은행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던 대출자들의 조바심이 이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왜 은행권 대출자만 대상이어야 하는가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으나 최소한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신용능력이라면, 정부가 말한 가계부채 개선을 위한 우선 순위는 이들이 아니다. 은행권에서 대출이 어렵기 때문에 높은 이자로라도 대출을 받을 수 밖에 없고 그로인해 원금은커녕 이자내기도 버거운 대출자들이 1순위다. 가계부채를 건전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은행권보다 부실 우려가 큰 ‘위험대출’을 제외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저금리인 은행 대출이용자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불만이 그래서 나온다.

이와함께 고정금리 대출자를 외면한 것도 납득이 안간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정부는 고정금리 방식의 대출을 이용해 줄 것을 권고해 왔기 때문이다.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으면 경기상황에 따라 이자부담이 커질 수 있으니 서둘러 갈아타라고 했던 것이다. 정부의 이 말을 믿고 갈아탔던 대출이용자들은 이번에 대상에서 빠지고, 정부 정책을 믿지 않고 변동금리를 이용한 대출자는 혜택을 받게됐다. 정부를 믿었던 이용자는 골탕을 먹은 셈이다. 금리인하 등의 혜택은 골고루 주어져야 함이 마땅하다. 가계부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공정한 정책을 제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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