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리온은 중국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 제과업체로 꼽힌다.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다. 중국판 초코파이의 이름은 ‘하오리유(好麗友)’로 좋은 친구라는 뜻이다. 초코파이 포장에 적혀있던 글자 ‘情(정)’은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인들에게 친숙한 ‘仁(인)’으로 바꿨다. 현지 직원은 일부 관리자만 제외하면 모두 중국인이다. 때문에 오리온이 중국기업이라고 인식하는 소비자들도 많다는 전언이다. 오리온은 중국시장에서만 매년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2. 기저귀브랜드들은 저출산 세태로 내수시장이 한계에 다다르자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유한킴벌리의 하기스와 LG생활건강의 마미포코가 대표적인 예다. 한국의 깐깐한 엄마들로부터 품질을 인정 받은 국산 브랜드들은 요즘 중국시장에서 선전 중이다. 하기스는 중국 내 외국산 기저귀브랜드 중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수한 품질을 앞세운 한국산 소비재가 중국 유통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중국 유통체인인 ‘용후이’에 따르면 이 회사에서 판매되는 한국 제품의 매출은 ▲2012년 9290만위안(약 166억원) ▲2013년 1억3440만위안(약 240억원) ▲2014년 1억6730만위안(약 300억원) 등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브랜드별로 보면 오리온, 하기스, 마미포코 등이 선전하고 있으며 담배브랜드인 에세와 주류브랜드인 진로 등도 입지를 강화하는 추세다.

용후이는 중국 17개 성에서 350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유통체인이다. 소규모 슈퍼마켓부터 대형마트까지 규모별 유통점을 운영 중이다. 약 7만명이 근무 중인 이 회사는 지난해에만 400억위안(약 7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에서는 롯데, 웅진, 해태, 빙그레, 청정원, 크리넥스, 해표 등의  브랜드가 납품 중이다.

한국 중소기업들에게도 기회는 있다. 용후이 슈퍼마켓 리지엔붜 총재는 26일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중국 유통시장 마케팅 전략 세미나에서 “용후이는 지난해부터 글로벌브랜드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대기업만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중소기업 제품이 독창성과 경쟁력만 가지고 있다면 얼마든지 거래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용후이가 글로벌브랜드 확보에 나선 것은 중국의 주 소비층이 젊은 세대로 옮겨오고 있는 까닭이다. 외국산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강한 바링허우(八零後·1980년 이후 출생) 세대와 주링허우(九零後·1990년 이후 출생) 세대의 부상이다. 리지엔붜 총재는 “바링허우, 주링허우 세대는 품질에 까다롭다. 그만큼 한번 신뢰가 형성되면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대형마트·백화점 등 전통적인 유통 채널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중국은 아직 성장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 리지엔붜 총재의 말이다. 그는 “미국은 인구 100만명당 평균 12.3개의 슈퍼마켓이 있지만 중국은 아직 2.4개에 불과하다. 향후 중국 소매시장의 잠재력이 크다는 의미”라고 했다.

중국 소비시장의 키워드는 ‘여성’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중국 티엔롱그룹 쩡롱 대표는 “세계 명품의 3분의 1이 중국에서 소비되고 있으며 초호화시장의 주역은 여성”이라면서 “화장품, 패션, 보석, 성형미용 등이 한국기업에 유망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쩡롱 대표는 “한국기업들은 중국인과 합작하거나 고용하는데 소극적이다. 중국 거주 한국인을 고용하거나 한국에서 파견을 보내는데 이는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라면서 “한국에서의 사업은 한국인이, 중국에서의 사업은 중국인이 하는 게 맞다. 반드시 중국 인력을 채용하라”고 강조했다.

‘메이드 포 차이나(Made for China)’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통상연구실 제현정 연구위원은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중국기업이 한국기업에 투자해 제품 제작을 요구하는 ‘메이드 포 차이나’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런 기회가 와도 기술 유출 등의 우려로 주저하는 한국기업들이 많은데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