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연구원은 지난 26일 ‘중소기업지원 통합관리시스템을 활용한 중소기업 정책효율화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중기청은 이처럼 중기 지원사업의 혜택이 일부 기업에 편중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지원 통합관리시스템(이하 통합관리시스템)’을 만들었다. 각 지원기관별로 산재돼 있는 지원사업 정보와 기업의 지원이력을 통합해 관리해 ▲특정기업 지원 쏠림현상 방지 ▲기관별 중복·유사지원 방지 ▲기업별 맞춤형 정보 제공 등을 하겠다는 취지다. 

한 마디로 기업의 지원이력과 신청·접수 현황을 확인해 특정기업에게 지원이 쏠리지 않도록 하고, 그동안 기관별로 유사하거나 중복해 실시했던 지원사업은 교통정리를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기재부와 중기청이 중소기업 재정지출 효율화 방안의 하나로 추진하기 시작한 통합관리시스템은 2013년부터 구축을 시작해 현재 일부 중앙부처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구축을 완료, 내년부터 중기청의 ‘기업마당(www.1357.go.kr)’에 연계해 본격운영한다. 기업은 각 기관의 사이트를 찾아 들어갈 필요 없이 기업마당에서 중소기업 지원사업의 모든 정보를 확인하고 바로 신청할 수 있게 된다. 기업마당은 중기청이 운영하고 있는 중소기업정책정보 포털사이트다.

일부기업에 지원 편중…기관별 유사중복 사업 수행 문제도

연평균 지원횟수별 중소기업 현황

<자료=중소기업 정책효율화 방안 세미나 자료집>   ©중기이코노미

중소기업연구원(이하 중기연)이 26일 개최한 ‘중소기업지원 통합관리시스템을 활용한 중소기업 정책효율화 방안 세미나’에서 중기연 이동주 정책본부장이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0~2014년) 중앙부처 및 지자체의 중기 지원사업에 연평균 기준 1회 이하로 지원을 받은 기업은 113만7706개사로 전체의 95.9%를 차지했다. 이어 ▲2회 이하 3만3547개사 ▲3회 이하 8389개사 ▲4회 이하 3370개사 등이 두를 이었다. 8번 넘게 지원을 받은 기업은 591개사였다.

이 정책본부장은 “지원받은 중소기업의 96%가 연 1회 이하로 지원을 받았다는 것을 보면 쏠림현상이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일부기업에 대한 과다한 쏠림현상은 그 비중이 낮더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15개 중앙부처와 17개 지자체에서 1332개의 지원사업(13조2000억원 규모)을 진행한 바 있다. 다수의 기관에서 개별적으로 사업을 개발하고 운영함에 따라 타기관 사업과의 유사성 및 중복성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기업 역시 방대한 정보 속에서 기업에게 적합한 사업 정보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도 “기업은 물론 정책 수행자조차 기관별 지원사업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기업들은 지원사업 정보를 찾기 위해 각 기관 사이트를 일일이 검색해 봐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수백개 기관의 지원사업과 업종 및 지원항목별 맞춤형 지원사업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중기청의 기업마당도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맞춤형 지원사업 검색을 표방하지만 검색 옵션이 업종과 지원항목 뿐이다. 결국 기업은 여기서도 수많은 사업 가운데 원하는 사업을 찾아내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원하는 사업을 발견해도 바로 신청할 수 있는 기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지원이력 통해 맞춤형 지원사업 제공…지원한도제 도입 고려중

중소기업지원 통합관리시스템 개념도

<자료=중기청>

이러한 한계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통합관리시스템이다. 기업의 지원이력과 부처·지자체별 지원사업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이 시스템을 내년부터 기업마당에 연계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중소기업은 기업마당에서 모든 중소기업 지원사업 정보를 열람하고 신청할 수 있다. 여기서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 기업의 이력에 따라 지원을 제한한다.  현재 통합관리시스템에는 그동안 지원을 받았던 123만개 중소기업, 253조원 규모의 지원이력이 구축돼 있다.

이 교수는 “고용부, 관세청, 특허청 등이 보유한 기업정보를 통합해 기업이 그동안 얼만큼 지원을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기업의 신청 및 접수현황은 물론 지원을 통해 기업이 낸 성과도 확인할 수 있어 우수한 지원사업은 확대할 계획”이라며 “기업은 여러 기관을 찾아 다닐 필요없이 한 곳에서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기업의 이력을 토대로 한 맞춤형 지원사업 정보까지 받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기연은 지원사업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원사업별로 지원한도를 정하는 ‘지원한도제’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 이 정책본부장이 제시한 지원한도제 설정안은 기업당 ▲정책자금(융자) 5년간 60억원 ▲R&D지원 연 2회 또는 5년간 8회 ▲수출지원(해외전시회) 연간 4회로 잡았다.

그는 “정책자금은 직접적인 자금 지원 외에도 분할대출, 한도내 대출 등도 포함되기 때문에 지원횟수가 아닌 금액기준으로 설정했다. 기업당 정책자금 지원은 5년간 60억원으로 설정하되, 매출액 증가율이 높은 가젤형 기업 등은 예외로 하거나 지원성과가 좋았던 기업은 한도를 높이는 식의 차등 한도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또 R&D지원사업에 대해서는 저변기술 연 1회, 유망기술 연 2회로 제한하거나 R&D 특성상 사업기간이 길다는 점을 고려해 5년간 8회로 설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수출지원사업은 해외전시회 참가지원을 기준으로 분석, 기업당 연 4회로 한정하되 수출증가율이 평균 이상인 기업은 제외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정책본부장은 “지원한도제 설정안은 아직까지 초안단계로, 제도를 당장 도입하자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에게도 준비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이전에 중소기업 대상으로 지원한도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을 때 다수의 중소기업이 찬성했다. 앞으로 정책자금, R&D, 수출지원 외 다른 분야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 공청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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