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3~4세 총수일가의 경영능력 점수가 평균 36점에 불과하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왔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최근 경제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30일 ‘재벌총수 일가의 경영권 세습과 전문가 인식도 분석’ 보고서를 내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의 평가 대상자는 이재용(삼성전자), 정의선(현대자동차), 신동빈(롯데), 조원태(한진·대한항공), 박정원(두산건설), 정용진(신세계), 조현준(효성), 정지이(현대유엔아이), 이우현(OCI), 박세창(금호타이어), 이해욱(대림산업) 등 재벌 3~4세 11명이다. 평가는 대학교수 18명, 민간 연구소 전문가 12명, 자본시장 펀드매니저 11명, 증권분석가 9명 등 50명의 전문가집단이 맡았다.

재벌총수 일가의 경영능력은 100점 만점에 평균 35.79점으로 조사됐다. 경영능력 점수 상위 3인은 롯데 신동빈 회장, 두산 박정원 회장,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이었다. 하위 3인에는 대한항공 조원태 부사장, 효성 조현준 사장, 금호타이어 박세창 부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소유권 승계를 위한 부의 이전과정 및 재산축적 과정의 정당성은 평균 2.74점(10점 만점)에 불과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1.6점으로 최하점을 받았고 효성 조현준 사장(1.7점), 대한항공 조원태 부사장(1.84점) 등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현재와 같은 경영권 승계는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재벌총수 일가의 자녀에 대한 경영권 승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56%로 ‘바람직하다’(14%) 보다 4배 많았다.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중복응답 가능)는 ▲경영능력 미검증(36.7%) ▲불법·편법적인 부의 상속(30.8%) ▲경쟁 없는 승계(19.2%) ▲불투명성(13.3%)이라는 답변이 있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연구위원(경제학 박사)은 “한국 재벌기업은 넓은 의미에서 가족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선진국의 성공한 가족기업들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창업자 가문의 일원이라는 이유로 후계자가 되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위 연구위원은 “각 그룹은 합리적인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해 재벌그룹의 지배구조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때 후계자 선정은 혈연 중심이 아니라 그룹 또는 회사 내외 모든 인적자원을 대상으로 해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위 연구위원은 “전문가들은 세습 경영자들에게 우려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재벌그룹과 총수일가 등 관계자들은 이를 단순히 반 기업정서나 반 시장논리로 치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보고서 전문은 경제개혁연구소 홈페이지(www.erri.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