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곽,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x130cm, 2010

“나의 작업은 사람들이 풍경을 보는 다양한 시점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람들은 자연 앞에 섰을 때 같은 공간, 풍경 속에서 각기 다른 각도로 풍경을 해석해 나간다. 여러 각도(부감법)에서 보이는 부분들을 조각내어 개별적이고도 조직적으로 배치, 재조립하고, 실제하는 지형(탑골공원, 종묘, 여의도공원)에 그곳을 상징하는 구조물들을 자연의 구조물들과 혼합한 뒤 균등하게 나열하여 ‘조립된 산수’를 만든다.”(작가 노트 중) 

김봄의 회화는 보는 재미가 있다. 그녀의 그림지도 속 서울성곽을 따라가다 보면 정자와 기념비, 운동하는 사람들, 여러 집들을 거친다.

Mapping of the Strasbourg, 55x75cm, 종이에 아크릴릭, 펜, 2011

이같이 작가만의 배치, 혹은 조합으로 지도를 만들어가는 작업은 보는 이에게도 숨어있는 작은 아이콘을 찾는 흥미를 준다.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시각정보의 재구성은 부감법을 적용해 그린 것인데, 일상의 모티브를 재배열한 까닭에 평면적으로 보이며 그림지도처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 시내의 일상적인 풍경을 담은 것 역시 친근함을 주지만, 단순한 풍경을 넘어 역사적인 풍경과의 조립적인 시공간 해석은 시간을 열어놓은 어떤 지표와도 같다. 이는 풍경으로 흩뿌려놓은 듯한 이미지의 아이콘에서 고통과 모순을 동반한 당대의 풍경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아이콘들은 거대한 담론을 형성하기보단 스스로의 좌표로서 하나로 구성되는 통합된 이미지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작가의 영혼과 의식을 담아내어 관람객들과 소통하면서 그들과 함께 자기가 살아가는 시대를 기억하고자 하고 있다.

재현을 목적으로 하되, 그녀만의 해체와 재배치를 통해 모종의 소통과 교감을 이루기를 희망하는 김봄의 ‘조립된 산수’. 이는 동시대를 기억하는 이미지로써 우리 시대의 풍경도가 아닐까.[갤러리192 이유미 아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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