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총수일가 사익편취를 방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14일 시행된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시행령을 조목조목 분석하며 조항의 모호한 점 등을 비판했다. 비판 과정에서의 2중잣대는 차치하고라도,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아 우려스럽다.

13일 전경련은 보도자료를 통해 “계열사간 거래 규제를 위한 개정 공정거래법 향후 법집행 과정에서 기업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어 지금도 어려운 경영환경에 더욱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개정된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라 총자산 5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회사와 거래할 때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사업기회 제공 ▲상당한 규모의 거래 등을 해서는 안된다.

전경련은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에 대해 “어느 정도의 가격차이가 상당히 유리한 조건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정상적인 거래를 하면서도 기업은 항상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가격 차이가 7% 미만이고 연간거래액 200억 미만인 경우”에 대해서는 금지행위로 보지 않는다고 정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범위가 협소하다는 지적이 많다”고 의견을 밝혔다. 예외규정을 거꾸로 생각하면, 가격 차가 7% 이상인 거래액 200억원 이상 거래에 대해서는 금지규정이 적용된다고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예외의 범위가 “협소하다”는 판단을 했으면서도 금지규정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판단하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비슷한 모습은 다른 조항들에 대한 평가에서도 드러난다. “합리적 거래상대방 선정 과정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 금지”에 대해서도 “이 조항에서 의미하는 ‘상당한 규모’가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조항은 “내부거래율이 12% 미만이고 연간 내부거래액 200억원 미만인 경우” 적용하지 않는다는 단서가 달려있다.

심지어 “상당한 규모의 거래 금지”의 적용 제외 사유에 대해서는 반대로 “그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하여 예외조항으로서 실효성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효율성과 보안성, 긴급성 등 범주별로 예외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는데, 여기에 벗어나면 예외적용을 받지 못해 문제라는 것이다.

전경련은 새로운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형벌법규의 일반원리인 ‘명확성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당한 규모의 거래 금지” 예외규정처럼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시할 경우 오히려 범위가 협소해지는 문제점도 있을 수 있다. 금지행위를 명확히 해달라는 주장은 타당하지만, 그러면서 예외는 너무 협소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2중잣대가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전경련이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반성이나 일감몰아주기 근절을 통해 동반성장을 이뤄 나가겠다는 의지를 전혀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부당한 이익을 올릴 수 있게 돕는 것은 주식회사 법인 자체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금지의 명분이 명확하다. 그 파생효과로 다양한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도 모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동반성장의 성찰 없이 시행령 자구를 비판해서는 국민들의 공감을 살 수 없다는 점을 전경련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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