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말동무 해주는 7800만원짜리 로봇’(티몬), ‘교복 입고 오면 학생 가격에’(CGV) ‘인체 닿으면 병원에 연락해주는 스마트 칼’(삼성전자), ‘김치향 매니큐어 팝니다’(아리따움)

만우절을 맞아 기업들의 아이디어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소셜커머스 ‘티몬’이 10억원짜리 우주여행 패키지 상품을 판다는 통큰 아이템으로 눈길을 장악한 데 이어 올해는 더 많은 기업들이 동참했다. 티몬처럼 첨단과학에 기댄 귀여운 아이템으로 승부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신제품 홍보에 접목시키거나(삼성전자) 고객 참여 이벤트로 활용하는(CGV) 기업도 있다.

◇ 티몬= 티몬은 1일 심부름 로봇 ‘심보’를 7790만원에 판다고 발표했다.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어졌다는 이 로봇은 높이 182cm, 무게 72kg로 인체를 꼭 닮았다. 요리, 청소, 설거지, 쓰레기 버리기, 마사지 등의 기능을 갖춘 최첨단 로봇이다. 2000만원을 더 내면 고급형 제품인 ‘심보 프라임’을 살 수 있다. 심보 프라임은 말동무 되어주기, 자장가 불러주기 등의 추가기능이 제공된다.

티몬의 만우절 아이템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교하다. 일반 상품들과 동일한 페이지에 놓여있는데다 상품소개, 후기, 사용 시 주의사항, 교환 및 반품 안내가 꼼꼼히 적혀있으며 제품을 기획한 티몬 신현성 대표의 인터뷰까지 소개돼 있다.

기존 제품 및 서비스를 패러디한 부분은 재미를 준다. ‘중고로봇 선보상제’ 부분은 판매 촉진을 위해 중고폰 선보상제를 내놓았다가 과징금 철퇴를 맞은 이동통신사들을 꼬집은 부분이다. 로봇을 두 대 구입하면 깎아준다는 ‘온가족 할인’ 혜택도 이동통신사들의 홍보에 많이 보이던 문구다. 

◇ 삼성전자= ‘갤럭시 엣지’ 출시를 일주일 앞둔 삼성전자는 만우절 마케팅에 신제품 홍보를 접목시켰다. 삼성전자는 1일 오전 공식 블로그에 ‘갤럭시 블레이드 엣지’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다이아몬트 칼날에 방수, 온도계 기능을 갖춘 스마트 칼로 칼날이 인체에 닿으면 병원이나 경찰서에 즉시 연락하는 기능도 갖췄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소비자들에게 재미를 주려 한 흔적도 엿보인다. 스마트 칼 손잡이용 액세서리인 ‘맘모스 상아 에디션’은 북해에서 발견된 맘모스 상아로 만들었다고 했다. 또 삼성전자는 스포츠를 위한 양날 검, 갤럭시 블레이드 도끼 등도 개발하려 했으나 안전상의 이유로 추가적인 제품 개발은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제법 의젓하게 덧붙였다.

◇ 카카오톡= 카카오톡은 이모티콘 홍보 문자에 거짓말을 섞었다. 카카오톡의 이모티콘을 홍보하는 계정인 ‘카카오아이템친구’는 1일 정오 156만여 명의 이용자들에게 “광고가 아닌 오류 안내”라면서 메시지를 발송했다. 카카오톡 메시지 발송량이 폭주해 대화를 표시할 수 없는 장애가 발생했으니 링크로 이동하라는 안내다. 링크를 클릭하면 ‘속았지?! 낚시톡’이라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광고 페이지로 이동한다.

◇ 아리따움= 기상천외한 신제품 출시 아이디어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편집매장 ‘아리따움’은 1일 오전 공식 블로그에 4월 신제품으로 김치향 매니큐어를 공개했다. 색상은 ‘동치미화이트’, ‘고춧가루파티’, ‘묵은지김치전’, ‘깍두기오렌지’, ‘김치국물레드’ 등 다섯 가지다. 생동감 있는 색상 연출을 위해 매니큐어에 묵은지 추출물을 함유했으며 바른 뒤에는 시큼한 김치 향까지 느낄 수 있다고 아리따움은 말했다.

물론 여기 나와 있는 아이템과 아이디어들은 오늘 하루만 유효한 시한부들이다. 만우절이 지나면 모든 의미가 마법처럼 사라진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