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행위를 일삼은 TV홈쇼핑 6곳을 적발,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43억6800만원을 부과키로 지난달 말 결정했다. 적발된 6개사는 CJ오쇼핑, 롯데홈쇼핑, GS홈쇼핑, 현대홈쇼핑, 홈앤쇼핑, NS홈쇼핑이다. 이들 홈쇼핑사들은 은밀한 방법을 이용해 경영정보를 요구하거나, 상품판매방송을 실시하면서 납품업자에게 방송계약서를 교부하지 않기도 했고, 판매촉진비용을 부당하게 전가시키기 까지 했다. 공정위 표현 그대로 “TV홈쇼핑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판매부진에 따른 위험을 납품업자에게 대부분 전가시키는 전형적인 불공정 거래행위”였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 내용을 미래창조과학부에 통보해 TV홈쇼핑 사업 재승인 심사에 반영토록 하겠다고 했다.

이같은 행위는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굳어진 관행이었으며,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와 홈쇼핑 업계의 자정노력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게 더 큰 문제다. 2013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가 ‘TV 홈쇼핑 표준거래계약서’를 개정하면서 금지한 내용들임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이번에 적발됐다. 당시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납품업체들은 방송세트 제작비에 모델료까지 부담해야 했다. 이미 판매수수료를 내기로 했지만 이와 별도로 세트제작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했던 것이다. 또 홈쇼핑사의 요구에 따른 할인행사였지만 납품업체가 전체 비용을 부담하기도 했다. 이번에 적발된 불공정 내용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특히 지난해 대표이사를 포함해 임직원 24명의 비리가 적발된 롯데홈쇼핑은 이번에도 불공정행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 재승인 심사에서 롯데홈쇼핑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예상되기도 한다.

TV홈쇼핑이 국내에 도입된 지 20년이 됐지만 홈쇼핑사와 납품업체간 관계는 이처럼 불공정하다. 공정위는 이번 과징금 처벌이 TV홈쇼핑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과징금 부과가 면죄부로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보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월13일 2015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납품업체에게 불공정행위를 하다 적발된 TV홈쇼핑은 재승인 때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에는 홈쇼핑 방송 사업자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다. 공정위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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