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의 진흙탕 싸움이 결국 SK텔레콤의 패배로 끝났다. SK텔레콤은 휴대전화 유통점에 과도한 판매장려금을 지급해 단통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과징금 235억원과 영업금지 7일 처분을 받았다. 방통위 조사 과정에서 SK텔레콤은 “KT도 판매장려금을 과다 지급했다”며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휴대전화 유통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고 가계 통신비를 줄여주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지도 6개월이 넘었다. 단통법은 이동통신사가 휴대전화 가입자들에게 일정 금액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도록 정한 법이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는 “단통법 안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뒤로는 불법 보조금에 다단계 영업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단통법 이후 이동통신시장은 더욱 혼탁해 진 듯 보인다.

단통법의 가계비 절감 효과를 둔 갑론을박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일단 이용자 입장에서 반길만한 변화는 한 가지 있었다. 이동통신 3사의 휴대전화 가입비가 모두 폐지된 것이다. 지난달 31일 KT와 LG유플러스는 가입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앞서 지난해 11월에 이미 가입비를 없앴다. 사실 이동통신사들의 가입비 폐지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월 정부 업무보고에서 “1분기 중 이동통신사의 휴대전화 가입비 폐지를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KT와 LG텔레콤은 1분기의 마지막 날인 3월31일까지 시간을 끌다 가입비 폐지를 그날 발표했다.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소임을 다하기 위해” 가입비를 폐지했다는 한 통신사의 설명에 실소가 나오는 이유다.

이용자들의 휴대전화 요금은 통계적으로 보자면 줄었다. 미래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이동통신서비스 평균 가입요금(가입비 포함 월 사용료)은 3만6702원으로 단통법 시행 전인 지난해 7~9월(4만5155원) 보다 8453원 하락했다. 이는 단통법 효과라기 보다는 소비자들의 자구책에 가깝다. 단통법으로 휴대전화 단말기 값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낮은 요금제를 선택한 것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 발표도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통계청의 2014년 4/4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통신 지출은 월평균 14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줄었다. 통신 지출은 통신서비스와 통신장비로 구성되는데, 월 사용요금이라 할 수 있는 통신서비스 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9.5% 감소했지만 단말기 값에 속하는 통신장비 지출은 47.2%나 늘었다. 단통법이 “모두가 단말기를 비싸게 사게 만드는 법”이라는 일부 소비자들의 지적이 틀린 말은 아니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