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지방자치단체가 환경분야 국고보조금 313억원을 부당집행한 사실이 감사결과 밝혀졌다는 보도자료를 5일 발표했다. 그런데 이 보도자료에는 지자체들이 폐수를 무단방류한 사실이 포함돼 있다. 예산낭비도 물론 중요한 사안이지만, 지자체의 폐수방류 사실은 그 심각성이 더 크다. 지자체가 바로 폐수방류 등 환경오염에 대한 단속 권한과 의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대전시는 방류수 수질기준이 초과되자 항상 수질기준 이내로 측정되도록 근본적으로 수질 자동측정기기의 전압값을 조작하는 지능적인 방법으로 단속을 회피해오다 이번 감사에서 적발됐다. 부산시의 경우는 하수처리수의 방류수 수질기준이 초과되지 않도록 수시·지속적으로 자동측정기기의 기울기값(factor)을 조작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관리자가 창문으로 출입하는 등 조직적으로 수질 자동측정기기를 조작했다. 또 보령시는 공공하수처리장을 운영하면서 유입맨홀 수문을 25%에서 15%로 조정해 일부 하수만 처리하는 방법으로 2013년 11월19일부터 2014년 9월23일까지 미처리 하수 약 106만5000톤을 우회수로를 통해 무단방류하다가 적발됐다.

보령시처럼 공공하수처리장 운영을 소홀히 하거나, 대전·부산과 같이 방류수의 수질측정기준을 조작하는 일을 민간기업이 저질렀다면 어떤 처분을 받게 될까?

지난해 경기도가 환경오염기업을 적발한 사례를 보면, 평택 포승공단에 위치한 A사는 법적기준치를 초과한 폐수를 몰래 무단방류하다 적발돼 조업정지 10일 처분과 함께 사법기관에 고발됐다. 안산시 반월공단 내에 위치한 B사는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인 금속 용해로에서 발생되는 오염물질을 방지시설로 이송하는 닥트를 철판으로 막아 오염물질을 대기 중으로 배출하면서 조업하다 적발돼 조업정지 10일을 처분 받았으며 사법기관에 고발됐다.

물론 검찰고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민간기업의 경우 발생시킨 환경오염 정도의 위중함, 반복 여부 등을 고려해 계도조치에서 검찰고발까지 다양한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지자체가 환경오염을 발생시킨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 처분을 내리는 것이 합당할까? 당연히 이 보다 위중한 처분이 내려져야 한다. 민간기업의 환경오염을 예방하고 단속조치해야할 지자체이니만큼 보다 무거운 의무를 이행했어야 옳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소기업들조차도 많은 비용과 어려움을 감수하고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시대다. 의무를 이행하는 많은 중소기업들에 대해 보상이나 지원을 해주는 것은 기본이며, 환경오염을 발생시키는 기업이나 기관에 대한 엄중한 처분도 내려져야 한다. 하물며 지자체의 행동이라면 말할 것 없다. 환경부도 이같은 일을 이제야 파악했다는 책임을 벗을 수는 없다. 책임을 자각한다면 앞으로의 예방조치는 물론이고 기업에 대한 제재보다 더 엄중한 조치를 지자체와 환경부 내부에 적용해야 한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