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재생지를 원료로 사용한 두루마리 화장지의 인체 유해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표기규정이 선명하지 않아 개선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에서 구입하는 두루마리 화장지 중 “자원 재활용을 위해 재생원료를 사용했다”고 표기한 제품은 최근 유해성 논란의 중심인 ‘형광증백제’가 검출된 제품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100% 천연펄프가 아닌 100% 재생원료, 혹은 천연·재생원료 혼합의 경우 이 문구를 사용하도록 돼 있지만, 형광증백제가 검출되지 않으면 표기 의무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재생원료에 대한 정보 이외에는 형광증백제 첨가·검출 여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른 대안도 없는 실정이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14일 전화를 통해 “관련 규정상 재생용지를 사용한 제품이라도 형광증백제가 검출되지 않은 제품에는 ‘재생원료’ 표기를 생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이 표기가 있는 제품은 형광증백제가 검출된 원료를 사용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형광증백제는 종이나 섬유 등을 더욱 희게 보이도록 하는 물질이다. 푸른색에 반응하는 인체의 특성을 이용한 일종의 ‘착시’효과를 낸다. 문제는 이 물질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과 두통·피부염 등 유발 우려가 제기돼 왔다는 점이다. 경구로 흡수해 인체로 들어갈 경우 소화기질환 유발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천연펄프 화장지의 경우 공정상 형광증백제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유해 논쟁을 비켜갔다. 그러나 재생원료가 전체·일부로 사용된 경우는 재생원료 사용 내용만 표기하도록 했다. 따라서 복사용지 등 재활용 이전 용도의 제작과정에서 첨가된 형광증백제에 대한 정보는 별도로 표기할 규정이 없다.

국가기술품질원은 지난 2010년 화장실용 화장지 ‘생산과정’에 형광증백제를 첨가하면 안된다고 규정한 바 있다. 이를 ‘생산과정 첨가’로 한정해 재활용 이전에 ‘이미 첨가’된 제품에 대해서는 증백제 관련 규정 자체를 두지 않은 것이다. 

 

한편 기술품질원에 의하면 재생원료 관련 해당 문구를 제품에 표기할 때 글씨의 크기·색상·위치 등에 대한 세부규정은 없는 상태다. 다만 ‘화장실용, 냅킨 사용 불가’ 등의 내용은 주의사항으로 표기하도록 돼 있다. 기술품질원 관계자는“ 냅킨 용도로 사용하지 말라는 문구는 적색글씨 등 주변의 문구와 쉽게 대비될 수 있는 글씨로 표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관계자는 형광증백제 첨가 불가를 규정한 2010년 조치와 관련해 “인체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많아 첨가 금지를 규정했지만, 위험성에 대한 정확한 상관관계를 밝히는 연구결과는 아직 받은 것이 없어 과도한 규제를 가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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