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발신번호를 변경할 수 없게 된다. 스미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미래창조과학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고시 제정안을 오는 16일부터 시행한다고 8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인터넷 문자발송 사이트를 통해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보내는 사람의 번호를 임의로 변경할 수 있었다. 8일 한 인터넷 문자발송 사이트에서 시험을 해보니 보내는 사람의 번호를 ‘10041004’로 입력해도 문자메시지 전송이 가능했다. 다른 사람의 번호를 도용해서 문자를 보내는 일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처럼 타인의 휴대전화번호를 도용한 전기통신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자 몇 년 전부터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단말기 내 문자메시지 발송 화면에서 발신번호를 변경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여전히 구형 휴대전화 단말기나 인터넷 문자발송 사이트를 활용하면 발신번호를 바꿀 수 있어 관리당국은 골머리를 앓아왔다.

이에 지난해부터는 이동통신사들의 협조를 통해 인터넷 발송 문자메시지에는 자동으로 ‘[Web발신]’이라는 문구를 표시하도록 조치했다. 당초에는 이 문구가 문자메시지 말미에 적혔으나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 최근에는 맨 앞에 표시되고 있다.

이달 16일부터 시행될 전기통신사업법 고시 개정안에서는 이같은 조치를 더욱 강화했다. 앞으로 이동통신사 등의 전기통신사업자는 이용자가 발신번호를 바꿔 문자메시지를 보낼 경우 차단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발신번호 변경이 가능한 구형 단말기에서 발신번호를 바꿔 문자메시지를 보낼 경우 정상적으로 송신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인터넷으로 문자 발송 서비스를 제공 중인 문자중계사업자에게도 의무사항이 생겼다. 앞으로 문자중계사업자는 이용자가 사전 등록을 마친 번호일 경우에만 문자 발송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용자가 신청한 발신번호가 이용자 본인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조항도 붙는다. 이같은 발신번호 사전등록 조치는 고시 시행일로부터 6개월 이내인 10월16일까지 마쳐야 한다.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사전 등록을 거치지 않더라도 발신번호를 바꿔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이 공익을 목적으로 문자를 발송하는 경우 등록을 거치지 않고도 발신번호를 바꿔 보낼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 타인의 전화번호를 도용해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적이 없다면 등록 절차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이 경우 문자중계사업자는 해당 이용자가 면제 사유에 해당한다는 증빙자료를 1년간 보관해야 한다.

어겼을 시 처벌 조항도 생겼다. 영리나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입힐 목적으로 발신번호를 임의로 변경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한 사업자에게도 동일한 수준의 징역과 벌금형이 부과된다.

이와 관련, 미래부 통신자원정책과 김문회 사무관은 8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이번 전기통신사업법 고시 개정은 이동통신사업자, 문자중계사업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이라면서 “행정예고를 통해 충분히 현장의 의견을 수렴했으며 시행을 앞두고 9일에는 관련 업계를 대상으로 설명회도 개최하는 등 개정안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