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불법사금융, 불법채권추심, 꺾기 그리고 보험사기를 ‘5대 금융악(惡)’으로 규정하고 특별대책단을 발족해 이를 뿌리뽑겠다고 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이들 불법·부당한 금융행위를 막기 위해 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함께 다각적인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총력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사기 가운데 대표적인 피싱사기의 피해액은 2012년 1154억원에서 2013년 1365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58.6% 급증한 2165억원을 기록했다. 또 범정부 차원의 근절대책에도 불구하고 대포통장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불법사금융이나 꺾기 등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유사수신 행위는 줄지 않고 편법적인 꺾기 마저 등장했다.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지난해 약 6000억원에 달하는 등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수법도 지능화하고 있다. 불법채권추심도 근절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관련 민원이 지난해 줄었지만 음성적인 불법채권추심은 여전한 것으로 추정했다. 은행보다는 여신전문금융회사, 신용정보회사, 대부업체 등 비은행권의 과도한 독촉, 불법 홍보물, 법적절차 허위안내 등에 대한 민원이 많았다고 했다.

그래서 금융당국은 이같은 민생침해 5대 금융악을 척결하기 위해 금감원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5대 금융악 신문고를 설치·운영하는 등의 대책을 8일 내놨다. 하지만 금융당국 평가대로 “다각적인 노력에도” 줄지 않고, 증가하거나 그대로인 원인에 대한 고민을 이번 발표에서 찾아볼 수가 없고 기존의 것들을 묶어놓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례로 비은행권의 불법채권추심을 근절하겠다면서도, 국민행복기금의 부당한 추심행위에 대한 대책은 없다. 대통령 공약으로 출범한 국민행복기금의 경우, 채무자가 법원에서 파산면책 선고를 받았는데도 지급명령을 내려 지난해 문제시 됐는데, 올해에도 면책복권 사실도 파악하지 못한 채 무턱대고 전화해 부당하게 추심하는 사례가 드러났다. 채무자들은 전화를 한 신용정보회사가 국민행복기금이 넘긴 서류를 근거로 독촉했을 뿐 잘못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절차상 오류일 수 있으나 출범 2년이 지났음에도 제대로 된 시스템이 구동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호들갑을 떤 대포통장 근절대책도 마찬가지다. 과거와 달리 신규로 계좌 하나 만들기 위해서는 은행이 요구하는 여러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등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대포통장이 사라졌느냐 아니 줄기라도 했느냐는 점이다. 면책자에 대한 부당한 독촉행위조차 중단시키지 못하고, 국민 불편만 초래한 급조된 대책들로 금융악의 뿌리를 뽑을 수 있을지 의문이 갈 수 밖에 없다. 악은 엄포성 표현과 대책으로 절대 근절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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