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년. 우리에게 세월호 참사는 아직도 진행형, 많은 이들은 아직도 부채감과 무력감에 휘청대고 있다. 물론 “피곤하다”거니 “지겨우니 그만하자”거니 볼멘소리도 한창이고, “(유족들의) 요구가 지나쳐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는 것”이라는 훈수가 난무하기도 한다. 세월호 참사를 물고 늘어지느라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둥, 명백한 교통사고를 놓고 감성팔이를 한다는 둥 모진 말을 퍼붓기도 예사다. 가장 박절한 것은 “수습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만큼 이제 모두 일상으로 되돌아가자”는 점잖은 충고다. “살아가기 위해 망각해야 한다”는 현학도 도긴개긴이다. 이 참사를 망각 뒤로 흘려보내고, 과연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가 돼 있는 것일까?

처음에 우리가 세월호를 쉽게 떠나보내지 못한 것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후로도 오랜 세월을 또 하릴없이 흘려보내고 있는 것은, 앞으로 몇 달 혹은 몇 년 뒤라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일이 ‘또’ 일어나고야 말았다”는 자책을 멈출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명명백백 시비를 가려내 만천하에 투명하게 알리고, 책임자를 처벌한 후 재발을 막기 위한 주춧돌을 놓고, 그 토대 위에서 무참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과 가족들이 눈물로 응어리를 풀도록 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기로 하자면 지금껏 흘려보낸 1년이면 넘치고도 남을 기간이었다. 그러나 응당 이어져야 할 진상규명은 더디기만 했고, 이를 위한 특별법은 그렇지 않아도 골골한 약골인데다 시행령에 발목까지 잡혀 산으로 가는지 바다로 향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형국이 돼버렸다. 우리 정치권은 이번에도 제도 안에서 이 문제를 빨리 풀어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을 포함한 집단들이 집요하게 벌여놓은 쟁점 흐리기는 한몫을 단단히 했다. 이곳저곳 딴지를 놓거나, 전가의 보도처럼 “경제”와 “국론분열”을 운운하거나, 일상으로의 복귀를 종용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은 ‘돈싸움 당사자’로 폄훼되고, “지겹다” 류의 말들은 좀더 그럴듯하게 확대재생산될 수 있었다. 그러니 많은 유가족들은 모멸 그 자체를 감내하고 있다. 이들은 ‘순수’한 유가족이거나 그렇지 않은 쪽으로 재단이 되거나, 단식하는 눈앞에서 폭식투쟁을 목도하거나, 12일 집회에서처럼 최루액 세례를 받아내고 있다. ‘피해자’라 할 이들이 이런 치욕을 견디는 것에도 돼먹지 못한 ‘인과응보’ 논리를 들이대는 아이러니가 판을 치기도 한다.

그러니 어찌할 것인가? 그 아픔이 아직도 절절한데, 생채기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데, 여기저기 진물이 번들거리는데, 그냥 반창고 몇 장 붙여 덮고 ‘현실’로 돌아가자 할 것인가? 그래서, 밤마다 멈추지 않는 통증에 이를 악물고 눈물을 훔쳐내거나, 피가 뚝뚝 흐르는 팔과 다리를 견뎌내거나, 오래지 않아 감염으로 더러워진 상처를 안고 돌아와, 몇 배는 더 힘든 치료의 과정을 다시 시작하지 않을, 그럴 자신이 우리에게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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