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은행 여신업무 담당자는 B기업에 대한 시설자금대출 11억5000만원을 취급하면서 이 기업의 결산재무제표상 매출액이 1억3600만원에 불과해 대출이 곤란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B기업은 매출 대부분이 현금거래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했고, 은행 담당자는 B기업의 주장을 확인 없이 반영해 매출액을 24억6000만원으로 처리했다. 대출한도 산정시 차주사의 매출 규모를 객관적으로 검증하지 않는 중과실로 인해 2억1900만원의 부실을 초래했다.

C저축은행 대출담당자는 D사가 매입한 골프회원권을 담보(점유)로 D사의 종합통장대출 한도를 80억원으로 승인해줬다. 이후 D사는 골프 회원권 9매(당시 시가 85억2100만원)를 담보로 79억9500만원을 대출해 갔는데, 확인 결과 이들 골프회원권은 모두 위조된 것이었다. 대출담당자가 회원권 발행 골프장에 담보물 진위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중과실로 인해 대출금 잔액 62억5600만원의 부실이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금융회사의 여신취급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과실의 주요 사례들을 모아 ‘금융회사의 여신업무 관련 중과실 사례집’을 발간했다고 14일 밝혔다. 사례집은 금융감독원 홈페이지(www.fss.or.kr) 내 업무자료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앞서 금감원은 2014년 11월 금융기관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제26조의 여신업무 관련 제재 사항을 개정하면서 여신업무 담당자의 ‘중과실’은 면책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확히 어떤 경우가 중과실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금감원은 이번 사례집 발표를 통해 중과실 해당 여부에 대한 금융회사의 혼선이 줄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사례집에는 기존의 여신업무 관련 검사·제재 사례 중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 대표적 유형 30건이 수록됐다. 이중 일반대출 관련 여신심사 소홀 사례는 15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여신심사 소홀 사례는 8건이다. 여신사후관리 소홀 관련 사례는 7건이 포함됐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금융회사의 여신 주요 업무를 단계별로 제시하고 각 업무의 개관 및 주요 점검사항 등을 요약·정리했다. 이후 각 업무 과정과 관련한 중과실 사례를 수록한 뒤 하단에 중과실로 판단한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곁들였다.

이에 따르면 금융사 임직원의 중과실이란 ‘조금만 주의하였더라면 결과 발생을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경우’로 규정할 수 있다. 중과실 유형은 크게 ▲차주의 허위자료 제출에 대한 확인 소홀 ▲재무상태 취약 업체에 대해 신용등급 임의 상향조정 ▲신용조사 및 채권보전조치 미실시 ▲소송으로 인한 인허가 위험 등 심사 소홀 ▲대출금 사용처 및 담보물 진위여부 확인 소홀 등으로 구분된다.

금감원은 “본 사례집이 금융 현장의 제재 불안감을 완화하고 여신 담당자들의 전문 역량 발휘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금융회사 본연의 자금중개 기능도 보다 원활히 작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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