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 지난 14일 보험사기를 뿌리 뽑겠다며 ‘보험사기 척결 특별대책’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대책안을 내놨다. 그런데 이 특별대책을 들여다보면 지난해 7월 발표한 ‘보험사기 근절대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대책들에는 겹치는 부분이 많다. 특히 이번 ‘특별대책’에서 보험사기 전과가 있는 경우에는 보험설계사 등의 보험업에 종사할 수 없게 하겠다는 방안은 이미 지난해 ‘근절대책’에서 2014년 4분기까지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보험가입내역 조회시스템을 개선하고 보험사가 보험계약 인수 때 가입내역을 확인하도록 해 과도한 보험가입을 억제하겠다는 특별대책의 방안 역시, 일원화된 보험사기 인지 시스템을 구축해 보험사가 개별 보험계약 인수심사 등에 활용하게 하겠다는 내용과 비슷하다.
특별대책의 특별조사팀을 구성해 경찰청과 함께 보험사기에 연루된 의료기관, 보험설계사, 정비업체 등에 대한 기획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의 조사인력을 확충하고 전국 주요 지역별로 금감원, 경찰, 보험사 직원 등으로 구성된 보험사기수사협의회를 운영하겠다는 근절대책의 내용과 별 차이가 없다. 이 외에 보험사기 전과자가 추가로 보험에 가입할 수 없게 하겠다는 것, 경미한 질병 및 상해에 대해 세부 입원 인정 기준을 마련해 허위·과다 입원을 막는 것 등의 내용이 특별대책에 새롭게 추가되긴 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인 처벌강화에 대한 내용에는 큰 진전이 없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12년 4533억3500만원, 2013년 5189억6000만원, 2014년 5997억2900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살인 및 상해 관련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12년 1600만원, 2013년 8900만원, 2014년 1억2300만원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험사기가 살인, 상해 등의 중대 범죄로까지 진화하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사기자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다. 보험사기범의 징역형 비율은 22.6%로, 일반사기범(45.2%)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사기 방지 관련 법안은 세 가지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 보험업법 개정안, 형법 개정안 등이며 공통적으로 보험사기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감원은 특별대책안을 통해 “입법 논의과정에서 보험사기 폐해의 심각성을 설명해 처벌수위를 강화하는 법안이 성사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는 않아 아쉽다. 보험사기를 예방하고, 고도의 시스템으로 이를 적발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벌백계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적극적인 예방책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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