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취업난 속에서도 국내 수출기업 4곳 중 1곳은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더 심한 가운데, 특히 석유제품 수출기업의 2/3는 인력부족을 호소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20일 발표한 ‘2015년 상반기 수출기업 인력수급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2개 지역 18개 업종의 수출기업 697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23.5%(164개)가 올 상반기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기업의 87.1%(607개사)가 중소기업, 12.9%(90개사)가 대기업이었던 가운데 중소기업의 24.2%, 대기업은 18.9%가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직종·업종별…연구개발직·기술직, 석유제품 인력난 심각

산업별 인력부족 응답기업 비중

<자료=한국무역협회>

직종별로는 연구개발직(32.3%)과 기술직(29.7%)의 인력부족이 가장 심각했다. 다음으로 ▲기능직(23.6%) ▲무역직(20.7%) ▲국내영업 및 판매직(18.5%) ▲단순노무직(16.8%) ▲일반사무직(8.8%) 순이었다.

인력난을 가장 심하게 겪고 있는 지역은 대구경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2개 지역 가운데 대구경북지역 응답기업의 32.1%가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했으며 대전충남(31.3%), 울산(28.3%)순이었다.

지역·직종별로는 울산 소재 수출기업의 경우 43.5%가 연구개발직이 부족하다고 답해 비중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대구경북지역과 광주전남 지역의 기업들의 각각 42.3%, 38.2%가 기술직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산업별로는 석유제품 수출기업의 인력난이 심각했다. 석유제품 수출기업 가운데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중이 66.7%에 달했다. 다음으로 ▲컴퓨터(40.0%) ▲반도체(33.3%) ▲자동차(32.7%)순이었다.

산업·직종별로 살펴보면 반도체 연구개발직(58.3%), 석유제품 연구개발직(55.6%), 석유제품 국내영업 및 판매직(55.6%), 반도체 기술직(50.0%)의 경우 응답기업의 절반 이상이 인력난을 우려하고 있었다. 

◇단순노무직 39% “외국인력 확대로 해결할 것”

직종별 인력난 원인

<자료=한국무역협회>

인력난의 주요원인으로 ‘사업체가 제시하는 임금과 복지수준이 구직자 기대와 맞지 않기 때문’을 꼽은 기업이 31.7%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능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14.6%로 많았다.

기업들은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주로 ‘임금인상 및 복지여건 개선(41.5%)’ 방안을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17.8%는 사내교육을 통한 자체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답했으며, 4.2%가 외국인력을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단순노무직의 경우 36.8%가 ‘구직자가 기피하는 직종으로 지원자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인력이 부족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답했으며, 38.7%가 외국인력을 늘려 인력난 해결하겠다고 답했다. 

기능직의 경우에는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능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다고 응답한 기업이 28.0%로 가장 많았다. 기능직과 기술직은 사내교육으로 자체 인력을 양성해 인력난을 극복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이 31.0%로 가장 많았다.

한편 응답기업의 4곳 중 3곳은 정부 인력지원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업들은 주로 신규 채용 때 인건비를 지원해 주는 제도를 활용하고 있었다.

상반기 영향력이 큰 노동시장 이슈

<자료=한국무역협회>   ©중기이코노미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기업 중 520개사(74.7%)가 정부 인력지원제도를 1개 이상 활용한다고 답했다. 1개를 활용 중인 기업이 209개사(30%), 2개는 191개사(27.4%), 3개 이상은 120개사(17.2%)였다. 가장 많이 활용하는 제도는 신규채용 인건비 보조(17.7%)였으며 인력 지원(16.1%), 기업내 일자리 유지·창출 지원(12.8%), 재직자 직업훈련 지원(12.8%) 등을 활용하고 있었다.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기업(164개사) 중에서는 78.7%(129개사)가 정부의 인력지원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기업들은 상반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노동시장 이슈로 ‘통상임금 및 임금체계 개편(41.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최저임금(15.2%), 근로시간 단축(8.2%) 등을 꼽았다.

인력난 해갈을 위한 대응전략으로 보고서는 개별기업별 지원이 아닌 인프라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개발직이 특히 부족한 울산지역의 경우 산학협력 지원 방안을 추진하고, 기업과 구직자가 원하는 임금 및 복지 수준이 서로 맞지 않아 기술직이 부족한 대구경북의 경우에는 적절한 임금수준에 대한 컨설팅 등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들이 통상임금 및 임금체제 개편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는 만큼 충분한 검토를 거쳐 개선에 반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무역협회 이은미 수석연구원은 “수출기업의 41.3%가 상반기에 가장 우려하는 노동시장 이슈가 통상임금 및 임금체계 개편이라고 답했다”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통상임금 관련 기업 현장실태조사 등을 실시해 파급효과를 충분히 검토한 후 제도개선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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