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낭만주의 곡들이 좋았는데 요즘 들어선 베토벤처럼 고전주의 곡들이 와 닿기 시작했어요. 연주의 깊이도 달라지는 것 같고요. 이제는 도전해 볼 시기가 됐다 싶었죠”

첼리스트 이현정이 오는 26일 베토벤 전곡 시리즈 독주회를 시작한다. 올해에 시작해 2017년까지 이어질 대장정이다. 첼로 연주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보지만 실행에 옮기기란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 역시 어린 시절에는 엄두를 못 냈지만 첼로를 시작한지도 올해로 26년. 이제는 도전해볼 시기가 왔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일정을 잡았다.

“베토벤이 작곡한 ‘첼로를 위한 다섯 개의 소나타’는 음악사에서 가장 중요한 첼로 소나타 레퍼토리입니다. 이 소나타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후에 낭만주의 작곡가인 브람스에도 영향을 끼쳐 그가 첫 번째 첼로 소나타를 작곡하는 계기가 됐죠. 이같은 곡을 집중 조명하는 건 연주자인 저뿐 아니라 음악을 접하는 관객 입장에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그가 공연에서 중시하는 것은 관객들과의 교감이다. 때문에 연주자 입장에서는 정통 클래식의 비중을 늘리고 싶지만 관객들의 반응을 고려해 친숙하게 들을 수 있는 곡들로 프로그램을 짠다고 했다. 지난 독주회에서 그는 히나스테라, 피아졸라 등 라틴 민속음악을 연주하기도 했다. 십수년 전만해도 독주회에서 이런 곡들을 연주하는 일이 터부시됐으나 최근에는 수용하는 분위기라는 것이 이현정씨의 말이다.

연주자로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관객들과 교감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다. 무대에 올랐을 때 관객들이 몰입하는 느낌이 무척 즐겁다는 것이다. 연주자들끼리는 이런 독주회 과정을 임신과 출산에 비유하기도 한다고 했다. 준비할 때는 무척 고돼서 다신 안하리라 다짐하다가도 막상 공연을 하고 나면 환희에 차서 다음 공연을 준비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현정씨는 클래식 음악계 저변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해설이 있는 음악회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했다. 그 역시 ‘이니스 앙상블’이라는 실내악 단체의 연주자로서 매년 겨울방학마다 해설이 있는 청소년음악회에 참여 중이다.

“연주 전 곡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곁들이면 관객들이 훨씬 친근함을 느끼고 곡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집니다. 올해 1월부터 성남시립교향악단에서 금난새 지휘자와 함께 연주하면서 이 부분을 절실히 느꼈어요. 아직 클래식 음악계에는 초대권 문화가 많은 게 사실인데 금난새 지휘자가 진행하는 해설이 있는 음악회는 초대권 없이도 매진이 되거든요. 그만큼 인기가 있다는 거죠”

해설이 있는 음악회가 연주자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고 했다. 가령 금난새 지휘자가 작품에 대한 해설을 하면서 연주자들에게 곡의 일부를 연주해보라고 말하는데, 사전에 조율되지 않았던 터라 실수를 하기도 한다.

 

“연주자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일인데 관객들은 연주자가 실수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해요. 이런 부분도 해설이 있는 음악회가 가진 재미있는 요소라고 봐요”

첼리스트 이현정의 베토벤 전곡 연주시리즈Ⅰ 독주회는 26일 오후 2시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개최된다. 베토벤이 작곡한 ‘헨델의 유다스 마카베우스 주제에 의한 12 변주곡’과 첼로를 위한 소나타 1·2번을 연주한다. 예술의전당티켓, 옥션티켓, 인터파크티켓, 예스24 등에서 예매할 수 있으며 입장권은 전석 2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