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이 “베팅과 우연성, 보상의 환전가능성 등 사행성게임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면서 “아이템 구입 시 특정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공개돼 있지 않아 금액 대비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만 조성해 사행성을 부추긴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런 일로 입법까지 하느냐고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르지만, 이용자들의 얘기는 다르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이용자들이 결제를 하면 뽑기를 통해 일정 확률로 원하는 아이템(혹은 캐릭터)을 얻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가령 막강한 공격력을 가진 칼을 갖고 싶어 세 가지의 보물상자 중 한 가지를 선택하면 일정 확률로 그 칼이 등장하는 식이다. 문제는 수백만원을 써도 좀처럼 그 칼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용자들의 장탄식까지 터져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당장의 수익과 직결되는 만큼 게임사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처음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만 해도 “확률은 확률일 뿐이니 어쩔 수 없다”던 게임사들도 일이 커지자 지난해 11월 자율규제안을 내놓았다. 넥슨, 넷마블 등 게임사 81곳으로 구성된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로부터다. 일부 게임사들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으나 설득력을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셧다운제 등에서 게임 관련 규제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게임 이용자들도 이번만큼은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정우택 의원 블로그에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 관련 글을 보면 “불합리한 규제는 반대하지만 건전한 규제는 필요하다. 일부 게임사들은 정상적인 수익구조가 아닌 카지노룰렛과 다를 바 없는 사행성 아이템만 찍어내고 있다”는 게임 이용자들의 덧글이 30여 개 올라와 있다.

소비자 알권리를 위해 식품에 영양성분 표시를 하듯 게임 아이템의 확률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맞다.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을 아예 팔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확률만이라도 알리라는 현실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게임산업 규모는 올해 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규모만큼이나 영향력도 커진 만큼 게임사들도 사행성 아이템 문제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개선해나가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