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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불산누출 사고…화평·화관법으로 예방 유해화학물질 안전관리 체계 시행…중기 지원제도 활용을

기사입력2015-04-27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국내 화학물질 관리체계 개념도

<자료=환경부>

2013년 1월 삼성전자 화성공장의 반도체 생산라인에서는 불산이 누출돼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숨지고 4명이 치료를 받은 사고가 발생했다. 불산 배관을 교체하던 중 발생한 사고였는데, 삼성전자는 이 사실을 만 하루가 지나도록 관계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협력업체는 누출사실 확인 후 수리를 시작하기 전까지 10시간 동안 유출 부위를 비닐봉지로 막은 채 방치했으며, 사고 피해자들은 안전장구를 완비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보다 앞선 2012년 9월 경상북도 구미의 휴브글로벌 공장에서는 불산가스를 공장 내 설비에 주입하는 작업 중 가스가 유출돼 직원 5명이 숨지고 18명이 치료를 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누출된 가스가 인근 지역까지 퍼지면서 농작물과 가축들도 피해를 입었다.

이 사고 이후 유해화학물질 안전관리에 대한 기존 체계를 개선하는 작업이 시작됐고, 지난 2013년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이 국회를 통과한다. 두 법은 지난 1월1일부터 시행됐다.

화평법 시행에 따라 모든 신규 화학물질과 연간 1톤 이상 제조·수입되는 기존 화학물질에 대한 등록이 의무화됐다. 시설등록기준도 기존 규제보다 강화됐다. 또 화관법에 따라 유해화학물질을 진열·보관·운반할 때 환경청에 계획서를 내야 하고, 취급시설 영업허가가 1~2년으로 정해져 정기적인 사업장관리가 시행된다. 화학사고 발생 시 신고의무도 강화됐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제28차 REACH 대응 엑스포’에서 국내외 화학물질 관리제도에 대한 주제발표와 함께, 기업 실무자들의 대응 방안 마련을 돕기 위한 1대1 맞춤형 컨설팅이 진행됐다. ©중기이코노미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4일 개최한 ‘제28차 REACH 대응 엑스포’에서 환경컨설팅 전문회사인 남앤남인터내셔널의 전석종 이사는 “경영진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비용이 아닌 리스크 감소를 위한 투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화평법과 화관법 대응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또 제도에 대해 이해한 뒤 전사적 업무체계를 구축하고, 사업장 현황파악부터 시작해 대응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이나 EU 등지로 화학물질을 수출하는 기업들을 돕기 위한 해외제도 소개도 이날 진행됐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국원근 책임연구원은 미국 유해화학물질 관리법(TSCA)과 ‘캘리포니아 제안 65호’를 설명했다. 국원근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내에서 생산되거나 수입되는 화학물질을 보고받아 목록을 공개하고 있다. 이 목록에 없는 물질을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업자는 90일 이전에 제조전 신고를 제출해야 한다. 또 1000톤 이상의 화학물질을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업자는 생산장소나 물량 등을 보고할 의무가 있다. 수입업자는 세관에 해당 물질이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의 적용대상인지와 법을 준수하고 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화학물질이 건강이나 환경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도 정부에 통보해야 한다.

또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모든 소비자 제품에 화학물질이 사용됐는지를 밝혀야 하는 ‘캘리포니아 제안 65호’ 법안이 시행되고 있다. 지정된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다면 제품의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제품을 사용하는 세탁소에서도 이 사실을 밝히는 경고문을 게시해야 한다. 음료나 그릇, 식품 제조과정에 유해 물질이 들어있을 경우 음식점에서도 이 사실에 대한 경고문을 게시해야 한다. 캘리포니아 진출 희망기업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

EU 역시 EU 내에서 제조되거나 수입되는 모든 화학물질을 등록하고 허가를 받도록 하는 REACH 제도를 운영 중이다. 연간 1톤 이상 제조·수입되는 모든 화학물질은 등록을 통해 평가와 허가를 받아야 하며, 제한대상 물질 포함 시에는 제한을 받게 된다.

한편 REACH 대응 엑스포에서는 기업 실무자들의 대응 방안 마련을 돕기 위한 1대1 맞춤형 컨설팅도 진행됐다.

이밖에 화평법과 화관법 대응을 돕기 위한 지원제도가 올해들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환경부는 전체 화학업체의 96%를 차지하고 있는 1만5000여곳 중소기업의 화평법과 화관법 이해를 돕기 위해 올해 초 법령해설서와 안내서를 펴냈다. 또 중소기업들의 화학물질 등록 절차의 이행과 장외영향평가서 작성에 대한 지원사업도 시작했다.

화평법, 화관법 관련 제도 체계도

<자료=환경부>

지원사업은 현장방문 1대1 맞춤형 상담, 유해성 시험자료 생산 제공, 장외영향평가서 작성 지원, 공동등록 지원 등으로 구성됐다.

먼저 화평법 상 등록대상이 되는 중소기업 600곳을 선정해 현장을 방문해 1대1 맞춤형 상담을 실시한다. 또 화학물질을 등록할 때 필요한 유해성 시험자료를 환경부가 직접 생산해 시험자료 생산비용 약 5% 수준의 사용료를 받고 제공한다.

더불어 연간 100톤 이상 화학물질 제조·수입자가 화학물질 등록 시 제출해야 하는 위해성 평가자료와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을 설치하기 전에 제출해야 하는 장외영향평가서의 작성을 지원한다. 아울러, 지난 해 양성한 전문 상담사 7명을 사업장에 파견해 업체 스스로 장외영향평가서 작성 범용프로그램을 이용해 평가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