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발표된 SK C&C와 SK㈜의 합병이 일감 몰아주기 과세 회피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7일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재벌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회피와 관련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현행 규제는 사업구조 재편만으로도 과세를 회피할 수 있을 만큼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사 중 내부거래 비중이 12% 이상이거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이상인 회사를 대상으로 한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합병 이전 SK그룹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43.45%였으나 합병 후에는 30.85%로 낮아지게 됐다. 지분율을 조금만 더 조정해 30% 이하로 낮춘다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게 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지난 22일 발표된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아이앤에스의 합병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경제개혁연대는 말했다. 이번 합병을 통해 대림아이앤에스의 내부거래 비중이 78.08%에서 11.89%로 대폭 낮아져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간접보유 지분을 제외하기 때문에 적용 범위 자체가 제한적이며, 내부거래 기준도 느슨하게 설정돼 있어 규제 대상 회사들이 별다른 비용 없이 분할· 합병 및 영업 양수도 등 사업재편만으로도 손쉽게 규제를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행 규제의 대대적인 손실 없이는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근절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정부와 국회는 규제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현행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계열사 간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로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신규 내부거래는 지난해 2월부터 적용됐고 기존 내부거래는 1년간의 유예를 거쳐 올해 2월부터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