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역 교각 아래에 들어선 성수 수제화 판매 매장들   ©중기이코노미

지하철 2호선 성수역은 ‘구두 테마역’이다. 지하철에서 내리면 성수동 일대 제화산업의 역사와 현황을 알리는 다양한 전시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역사 밖으로 나서면 지하철역이 있는 교각 아래에 늘어선 구두 매장들이 발길을 잡아끈다. 기성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개성있는 디자인과 독특한 색깔의 고급 수제화들을 판매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청이 인증하고 선정한 성수동 수제화 브랜드인 ‘프롬에스에스’의 매장들이다.

교각 매장을 마주보고 선 영동테크노타워에는 ‘성수수제화타운’ 매장이 입주해 있다. ‘성수수제화타운’은 성수역 인근 수제화업체들의 회원인 성동제화협회에서 설립한 마을기업이다. 2011년 마을기업 설립 후 문을 연 이곳 매장에서는 20여개 업체의 수제화가 판매된다. 성동제화협회에 따르면 이곳 매장에서만 지난해 10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백화점에 납품되는 유명브랜드를 OEM으로 생산하던 장인들이 직접 만든 제품이어서 품질은 동일하고 가격은 보다 저렴하다. 박동희 성동제화협회장은 “각자의 시각과 자재, 기술력, 아이디어가 담긴 제품들이어서 기성품과 다른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성수지역 소규모 구두업체들이 모인 성동제화협회는 마을기업 성수수제화타운을 만들어 공동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30년 수제화 장인들 기술력 모여 

 

성수역 인근은 전국의 고급 수제화 80%가 생산되는 곳이다. 80년대부터 수제화 업체들이 이곳에 모여들어 국내 최대의 고급 수제화 생산기지가 됐다. 수제화 관련 업체를 모두 합치면 50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중 300여개는 남성화와 여성화 등 수제화 완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100여곳은 중간가공 등 하청을 담당한다. 가죽 등 원자재와 부자재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들도 있다.

완제품을 만드는 업체 등 규모가 큰 기업들은 OEM 방식으로 대기업에 완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때로 물량이 생산능력을 초과할 때는 보다 작은 업체들이 초과물량의 생산을 담당하기도 한다.

이런 규모가 있는 업체들은 성동제화협회의 회원사는 아니다. 직원 수 5명 남짓의 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제화관련 중소업체 160여곳이 성동제화협회에 가입해 있다. 직접 완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정회원이며, 중간가공업체와 원·부자재 업체들도 회원 자격을 갖고 있다. 30년 넘게 구두를 만든 ‘장인’들이 모이다 보니 품질에서도 “대기업에 OEM으로 납품되는 구두와 품질 차이가 없다”고 박 회장은 말했다.

이런 구두장인들이 2011년 마을기업 ‘성동수제화타운’을 함께 설립하고 판로확보에 나서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장기간 납품업체로 살아왔으나 낮은 납품단가에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독자 브랜드를 출시하기에는 판로를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업체들이 힘을 모아 공동매장을 운영하고, 공동브랜드로 백화점 납품 등 판로를 찾기 시작했다. 올해는 8개업체가 힘을 모아 2월21일 롯데백화점 잠실매장에 납품을 시작할 예정이다. 박 회장은 백화점 납품을 위해 개발한 ‘구두와 장인’이라는 새 브랜드명을 보여주며 “올해 내에 백화점 3곳을 비롯해 10개의 판로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인들이 한땀한땀 만든 성수 수제화는 다양한 디자인과 색깔 등으로 기성품과는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외국산 저가 수제화를 들여와 국내산으로 속여파는 유통상의 행태로 인한 피해도 많이 봤다. “중국에서 품질낮은 저가 신발을 들여와 신발 태그와 박스를 교체해 한국산 수제화로 둔갑시켜 파는 일”이 벌어지면서 장인들이 한땀한땀 만드는 고급 수제화들이 시장에서 밀려나기도 했다.  

 

성동제화협회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품질인증 앱을 개발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구두의 태그를 찍으면 수제화의 소재와 제작업체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노력으로 성수 지역 수제화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박 회장은 또 성수역 아래 구두 매장을 건대입구와 뚝섬역 등지까지 확대하는 안을 마련해 서울시에 건의하기도 했다. 지난 11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청책 토론회’에서 성수 수제화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수제화 매장과 함께 쇼핑, 음식점 등을 갖춘 수제화 거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공동작업장 설립, 소재개발자금 융자 등을 중기청 등 관계기관에 요청하며 성수 수제화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 회장은 “가로수길은 돈없는 예술가들이 만든 거리지만 활성화되자 대기업들이 들어왔다”며 “성수역에도 대기업 아웃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가꾼 성수역을 제화거리로 확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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