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와 한국회계기준원이 발간한 중소기업회계기준 해설서. 21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주요 내용마다 사례를 넣어 이해를 도왔다.   ©중기이코노미

올해부터 시행되는 중소기업회계기준 작성에 실질적 역할을 맡은 한국회계기준원(이하 기준원) 임석식 원장, 권성수 조사연구실장, 양정아 팀장을 통해 중소기업 경영자 및 회계 담당자들이 궁금해 할 내용들을 정리한다. 여기서 ‘중소기업’은 법률상 의미와 별개로 ‘외감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중소기업’의 의미로 사용한다.<편집자>

다양한 단계로 중기 목소리 담아

제정 당시 중소기업의 목소리는 어떻게 반영했는가?

<자료=한국회계기준원>   ©중기이코노미

회계기준 제정 절차의 상당 부분이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에 할애된다. 중소기업회계기준(이하 중기기준)의 경우 기초안 작성 단계에서 일차적으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모았고, 공개초안이 나온 후에는 의견조회 절차를 거쳤다. 중기중앙회, 중기청, 각종 경제단체, 공인회계사회, 세무사회 등에 의견을 구하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법무부가 공표하는 사안인 만큼 법무부의 입법예고와 공청회도 거쳤다.

기업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데는 심의위의 역할이 컸다. 기준원과 중앙회가 각 5명의 전문가와 이용자, 정부기관 등 이해관계자를 추천해 총 11명으로 구성된 조직이었다. 이 중 특히 중앙회 추천 5분을 통해 정보제공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방식을 취했다. 법무부 내에 설치된 회계자문위원회에도 중기청, 세무사회, 공인회계사회 등 여러 단체의 대표들이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회계정보의 제공’보다는 대출 등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 것이 더 실제적인 미덕일 것이다. 중기 대출은 담보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투명한 회계정보’ 수요자가 많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금융기관을 통해 얻은 자료에 따르면, 외감 대상과 그 밖의 기업(중소기업) 간에 담보대출 비중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중기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금융기관(대출 등), 거래처(거래), 정부(정책자금 및 공공조달 건설 분야)로부터 재무제표를 요구받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따라서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믿을 수 있는 회계정보를 원하는 정보이용자가 상당수 존재하고, 이 경우 대부분 ‘구체적인 목표’가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투명한 회계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첫 발을 내딛었다. 중기기준에 개정의 여지가 없는지?

기본적으로 회계기준 공포와 개정은 정부(법무부)가 결정할 문제다. 기준원은 이에 대해 ‘회계기준 전문가’로서의 견해를 밝히는 것이 옳다. 일반기준도 마찬가지인데, 같은 회계기준을 너무 오래 끌고 가면 환경변화나 이해관계자의 제안, 요구사항 등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주기적 개정의 필요가 상존하는 이유다. 반대로 기준이 너무 자주 바뀌면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할 수도 있고 사용자에게 필요 이상의 혼란을 줄 수도 있다.

현장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은?

권성수 한국회계기준원 조사연구실장   ©중기이코노미

"개인 의견임을 전제한다면, 감사 수수료에 대해 세액공제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기업은 이를 통해 저렴하게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정부 입장에서는 투명한 재무정보를 통해 징세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현장 활용도를 넓히기 위해 중기중앙회와 수십차례 설명회를 개최해 교육 등의 지원활동에 참가했다. 올해 교육은 중앙회가 주도할 계획이지만 기준원에서도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법무부와 기준원이 중기기준 해설서를 낸 것도 그 일환이다. 현장에서 잘 적용할 수 있게 돕고 싶었다. 이 해설서는 내용도 쉽게 풀어 썼고 사례도 최대한 많이 넣어 이해도를 높였다(실제 이 해설서는 항목마다 매우 구체적인 사례를 풍부하게 담아냈다. 편집자).

작성에 참여한 전문가로서 기준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제안한다면?

정부가 결정해야 할 문제이기는 한데, 현장의 사용자를 위한 질문과 답변(Q&A) 시스템이 필요하다. 다양한 질문을 신속하게 응답하는 것이 활용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방안이 나오지는 않았다. 조속히 방안이 나와야 하는데, 기준원에서도 논의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제도적인 보완책이 필요하지 않은지?

일반기준은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 등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담보한다. 감사에 대한 감리절차도 있다. 기업의 투명성 문제를 “작성한 기업이 정직하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전제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제3자, 외부감사인이 독립적으로 제대로 만들었다는 검증을 해주는 절차가 도움이 될 것이다.

중기기준 적용 회사의 경우 외부감사의 의무는 없다. 이 점이 회계 투명성 보장에는 제약이 될 수 있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숙제로 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정하게 현실을 봐야 한다. 중기기준의 소비자라 할 중소기업의 입장을 외면하기 어렵다. 현재 중소기업계에서는 외감 대상의 범위를 상향해 달라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투명성’ 논리로 드라이브만 걸 수는 없다. 현장에서는 감사 수수료도 부담이 된다.

감사를 받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득이 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공청회에서 한 중소기업 사장이 실제로 발언한 내용이다. “자발적으로 감사를 받았는데, 신뢰성 있는 회계정보를 거래처 등 외부에 떳떳이 내 놓을 수 있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지만, “이를 통해 근로자를 설득하거나 경영활동에 활용할 수 있어 득이 됐다”는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정부나 중앙회 차원에서 지원책이 나올 수는 없는가?

감사를 의무화하거나 하는 것은 장기적인 득실, 중소기업의 경영현실과 이해관계 등을 고루 감안해 결정해야 할 문제다. 감사 의무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감사보고서가 필요한 상황이 많다는 것도 분명하다. 앞서 언급한 예를 들어 은행에서 신용대출 받을 때, ‘믿을 수 있는 재무제표’를 얻기 위해 감사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권성수 실장 개인의) 견해를 전제한다면, 앞서 언급한 감사 수수료에 대해 세액공제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기업은 이를 통해 저렴하게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정부 입장에서는 투명한 재무정보를 통해 징세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회계 투명화는 경제 전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인프라로 작용한다. 사회적으로도 투명도를 높여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물론 이들 문제는 형평성, 현장의 반응 등을 균형있게 고려해서 정부가 결정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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