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중동 순방 이후 제2의 중동 붐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슬람교도들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뜻하는 ‘할랄’ 활성화도 그 일환이다. 그러나 한국의 유일한 할랄 인증제도가 현지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해 국내 기업들이 선뜻 나서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할랄(Halal)이란 ‘이슬람교도들에게 허용된 것’이라는 의미로 돼지고기와 그 부산물, 짐승의 피, 알코올 등이 포함돼 있지 않은 제품을 말한다. 돼지고기가 아니더라도 ‘알라’를 부르지 않고 도축한 짐승은 허용되지 않을 만큼 까다롭다. 한국에서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가 할랄 인증을 맡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KMF에서 할랄 인증을 받고 제품에 할랄 라벨을 부착하면 국내외 무슬림들에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의미다.

KMF는 지난 2013년 말레이시아의 할랄 인증기관인 자킴(JAKIM)으로부터 상호동등성 인증을 받았다. 한국 KMF에서 인증을 받아도 말레이시아에서 동등한 권위를 인정해준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장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현지에서는 KMF에 대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아 현지 바이어가 JAKIM 등 더 공신력 있는 기관의 인증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할랄 컨설팅 기업인 펜타글로벌의 조영찬 대표(할랄협회 수석위원)는 4월2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할랄시장 진출 설명회에서 “할랄 인증은 시장진입을 위한 최소한의 형식일뿐 인증 자체가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인증기관의 공신력에 따라 효과도 다르다”고 말했다.

대부분 이슬람국가들은 할랄 인증기관을 두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JAKIM, 인도네시아의 MUI, 아랍에미리트의 ESMA, 싱가포르의 MUIS 등이 그 예다. 이중 한국의 KMF가 상호동등성을 인정받은 국가는 말레이시아가 유일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이동호 연구관은 이날 설명회에 참석해 “인도네시아와는 상호동등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요청해둔 상태이며 향후 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와도 가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할랄 인증제가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인도네시아는 2억5000만 인구 중 90% 이상이 이슬람교로, 단일국가 중 무슬림 수가 가장 많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인도네시아 식약청 수치 율리앙시(Suci Yuliangsih)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에만 인증 라벨을 부착했으나 오는 2019년부터는 모든 식품에 할랄 인증을 요구하고,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에만 라벨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이에 인도네시아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 할랄 인증을 받지 않은 것은 빨간 글씨로 ‘MENGANDUNG BABI’(돼지 성분이 함유돼 있다는 의미) 라벨을 부착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제조품은 물론이고 수입한 제품에도 해당한다. 할랄 인증기관도 민간 종교단인 MUI에서 정부기관인 BPJPH로 바뀌는 등 인증제 전반이 강화될 것이라는 것이 율리앙시 씨의 설명이다.

할랄산업이 식품에만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화장품, 의약품, 위생용품, 환자식을 비롯한 의료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려해볼 수 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유유제약이 지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법인을 설립했으며 현지에 연질캡슐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할랄 제품을 말레이시아를 비로해 인근 국가들에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세계 할랄 식품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 1조2920억달러(1380조원)로 2019년에는 2조5370억달러(27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