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들의 발목을 붙잡는 연대보증제도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책임감 있는 기업 경영을 위한 필요악이니 단점은 개선하되 최소한은 유지해야한다는 입장도 팽팽하게 맞선다.

연대보증 폐지 혹은 면제를 꾸준히 주장해 온 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는 최근 열린 경제혁신을 위한 벤처·창업 대토론회에서, 벤처 활성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창업자 연대보증제 폐지라고 주장했다. 창업자들이 경영에 실패하더라도 신용불량자는 안 될 것이라는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창조경제연구회가 2013년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제시했다. 신용불량 위험을 감수하고 창업을 하겠다는 응답은 10.5%에 그쳤는데, 신용불량 위험이 제거될 경우 창업을 하겠다는 응답이 69.4%까지 올라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현재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 등의 보증기관들이 창업자들의 손실 보전에 100억원 가량의 예산을 쓰고 있다며, 이는 필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적어도 10배는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연대보증 면제 기준인 기보 기술평가 BB 이상도 과도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과학기술정책포럼을 열었는데, 여기서도 유사한 주장이 나왔다. 이광형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장은 현행 창업자 연대보증 면제 혜택이 소수에만 돌아가고 있다면서 우수 창업자에 대한 연대 보증 면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업자에 대한 연대보증 의무는 점차 완화되는 추세다. 지난 2013년 개입사업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연대보증제도를 폐지했다. 법인의 경우 2012년까지만 해도 대표이사, 관계기업, 과점주주이사 등을 연대보증인으로 요구했으나 지금은 실제경영자(대표이사, 무한책임사원, 최대주주) 중 1명만 보증인으로 내세우면 된다.

또 정부는 지난해부터 창업 3년 이내의 기업 중 보증기관 평가를 통과한 우수 기업에 한해 5년간 연대보증 의무를 면제해주고 있다. 또 올해 초부터는 업력 제한을 폐지해 창업한지 3년이 넘은 기업에도 우수기업으로 인정을 받으면 면제해 주고 있으나 이마저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이민화 교수의 주장이다.

연대보증 금지안은 국회에도 발의된 상태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11월 연대보증을 금지하는 방안을 담은 △기술신용보증기금법 △신용보증기금법 △은행법 일부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홍 의원은 “연대보증은 해외에서 찾아보기 힘든 구시대적 유물이다. 미국 등 금융선진국들은 채무자의 신용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대출을 실행하는 반면 한국은 낙후된 연대보증제에 안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증기관들은 이 개정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진정구 수석전문위원이 지난 3월 제출한 연대보증 금지 개정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기보와 신보는 소요재원이 확대될 경우 탄력적으로 연대보증 면제를 늘려나갈 계획은 있으나 법으로 규제하기 보다는 지금처럼 정책을 통해 면제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은행의 연대보증 의무 폐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은행에 연대보증을 금지할 경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금리를 높이거나 대출금액을 축소하는 등 대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진 수석전문위원은 “보증기금은 정부가 출자한 공기업이므로 연대보증에 대한 규제를 정책적 관점에서 검토할 수 있으나 은행은 민간회사이므로 경영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연대보증 제도가 기업 경영에서 기업주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입장도 있다. 이와 관련, 이민화 교수는 “정직하게 사업을 하다 실패한 기업주에는 재도전 기회를 주고 도덕적으로 해이한 기업주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