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에 살고 있는 50대 여성 이모씨는 자신이 먹고 있던 백수오 식품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는 소식을 듣고 23일 판매처인 홈쇼핑 회사에 환불을 요청했다. 홈쇼핑 고객센터에서는 “이엽우피소 검출은 소비자원의 조사 결과일 뿐”이라며 “식약처의 발표가 있은 후 환불 조치를 해주겠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백수오 제품을 제조·공급한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30일 발표했다. 그러나 식약처 발표 후 조치해주겠다던 홈쇼핑 회사들은 원료에서 검출된 것일 뿐 제품과의 연계성은 밝혀지지 않았다며 환불을 미루고 있다. 이씨 역시 30일 오전 다시 홈쇼핑 회사에 전화를 걸어 “식약처 발표가 나왔으니 이제 환불을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중기이코노미 취재 결과 홈쇼핑 고객센터들의 답변은 한결 같았다. A사 고객센터에서는 식약처 발표를 언급하며 죄송하다면서도 “제품이 아닌 백수오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것이다. 원료와 제품과의 관계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니 회사 차원에서 조사가 끝나면 직접 연락해주겠다”며 환불을 거절했다. B회사 고객센터에서도 똑같은 답변을 내놨다. 원료와 제품의 연계성이 입증되지 않았으니 아직 환불을 해줄 수 없다는 얘기였다.

경기 광명에 살고 있는 또 다른 50대 여성 이모씨는 “홈쇼핑회사를 믿고 구입한 것인데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정부 발표에도 환불을 해주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씨는 “홈쇼핑에서 백수오 제품을 판매할 때는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내츄럴엔도텍 공장을 보여주며 ‘이렇게 정직하게 만들고 있다’고 홍보했다. 20만원을 주고 세 차례나 구입해 먹었는데 사실상 효과가 없었다고 생각하니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홈쇼핑회사들은 소비자들의 환불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6개 홈쇼핑회사에서 판매된 백수오 판매액은 총 1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회사들의 공통된 연결고리는 내츄럴엔도텍이다. 

롯데홈쇼핑(백수오퀸), NS홈쇼핑(본백수오 프리미엄), GS홈쇼핑·현대홈쇼핑·홈앤쇼핑(이상 백수오궁)은 모두 이 회사에서 만든 백수오 제품을 팔았다. CJ오쇼핑은 내츄럴엔도텍에서 제품을 공급받아 ‘백수오시크릿’이라는 자체상표로 판매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내츄럴엔도텍의 지난해 매출은 1240억원으로, 매출 대부분이 홈쇼핑회사를 통해 판매한 백수오 판매금액이다.

소비자원이 지난 22일 백수오 제품 시험결과를 발표한 뒤 내츄럴엔도텍의 주가는 일주일만에 반토막이 났다. 발표 직전인 21일 8만4300원이었던 내츄럴엔도텍의 주가는 30일 일찌감치 하한가로 떨어져 그대로 장을 마쳤다. 소비자원의 조사가 시작된 최근 몇 달 사이에는 내츄럴엔도텍 임원과 주요 주주들의 지분 매각이 진행되며 내부거래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 회사는 시험방법을 두고 소비자원과 날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28일 내츄럴엔도텍은 소비자원이 원료를 수거해 가는 과정에서 봉인 규정을 어겼다며 시험 결과도 무효라고 주장하며 시료 채취 CCTV 화면까지 공개했다. 그러면서 “식품의약품 전문 감독기관인 식약처에서 (백수오 사용 여부가) 진실로 밝혀졌는데 소비자원이 이를 무시했다”며 소비자원 직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자사를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식약처의 재조사에서도 이엽우피소가 검출되면서 이 회사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앞서 지난 2월 조사에서 식약처는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두 시험 결과가 다른 이유에 대해 30일 식약처는 “2월 시험에 사용된 백수오는 지난해 12월17일 내츄럴엔도텍에 입고된 원료이며, 이번에 실시된 원료는 3월26일에 입고된 것”이라면서 “입고 날짜에 따라 재배농가와 재배지가 달라 시험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없는 이엽우피소로 백수오 제품을 제조한 업체들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리고 해당 제품은 회수‧폐기 처분을 명령하기로 했다. 또 “건강기능식품업체에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을 원료로 공급한 내츄럴엔도텍에 대해서는 검찰이 이엽우피소 혼입 과정을 수사 중이다. 수사를 통해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추가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했다.

중기이코노미는 내츄럴엔도텍의 입장을 듣기 위해 30일 오후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