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 16일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에 3개월 일부 업무정지 및 6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지난달 22일 정부가 내놓은 고객정보 유출 재발방지 대책에서 이미 예고된 사항이며, 불소급 원칙으로 법령에 규정된 이상의 처분을 내릴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도, 솜방망이 처벌 현실화에 민심이 차갑다.

민주당 김기식 의원이 16일 공개한 금감원 자료에 의하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금감원이 주의 이상의 처분을 내렸거나 검사를 진행 중인 정보유출 사건은 모두 17건이었다. 연 평균 3회씩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대책을 내는데도 사고가 끊이지 않을 때는 실효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번 조치는 단적인 예다.

먼저 근본적으로 틀을 고치려는 노력이 없었던 점은 실망스럽다. 주민등록번호가 근간이 되는 (활용자 입장에서) 편리한 ‘원스톱’ 개인정보 관리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고민은 고사하고, 금융지주 그룹 내에서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는 개인정보 공유를 어느 선에서 잠그고 어떤 장치로 감독할지는 논의되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고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 경종을 울리지도 않았다. 3개월 ‘일부’ 영업정지는 기존 고객과 공익을 볼모로 카드사의 숨통을 트여준 꼴이다. 이 조치가 6개월로 강화된다고 해도 근본적 차이는 없다. 600만원이라는 금전적 부담이 당국의 안대로 ‘관련’ 매출액 1%로 강화되고, 정보 ‘유출’ 금융회사에 최고 50억원의 과징금을 물린다고 해도 실효성은 담보할 수 없다. 전자의 대상은 카드사와 같은 금융대기업이 아니라 불법정보를 활용하는 영세사업자가 대부분이고, 후자는 영업이익 1000억원대의 카드사나 1조원대의 금융지주사에게 ‘치명적’인 금액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 이미지 실추나 영업망 훼손같은 무형의 책임에 기대기에는 너무 늦었다. 징벌적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도입과 같은 고강도의 대책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18일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밝힌 대로, 사고 이전 금감원의 개인정보 위험 관련 지적에도 불구하고  카드 3사가 시정하지 않아 화를 키웠다면 금감원과 업체 모두에게 더욱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 특히 외주인력 관리 및 권한 부여는 이번 사고와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는 요소다.

금융당국이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개인정보 유출은 일과성 사고가 아닌 금융사의 존폐까지 결정할 심각한 사안으로 다뤄야 한다. 신용과 신뢰가 깨지면 현대 경제 자체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업이나 소비자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처벌 수위를 낮추거나, 소비자를 볼모로 슬그머니 처벌을 피해가도록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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