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복을 입지 말걸 그랬나’ 출근길 만원 지하철 안과 바깥 추위는 딴판이다. 흐르는 땀과 후덥지근한 공기 그리고 지하철이 서고 출발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몸이 쏠려 부딪치는 사람들은 그래도 참을 수 있겠다. 그중에 나도 한 명일테니.

하지만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지하철 안에서 자기만 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려고 뒤에 있는 사람은 아랑곳 하지 않고 등에 멘 ‘백팩’이나 등산배낭으로 비벼대고 밀쳐 내는데 속수무책이다. 등산스틱까지 꽂은 큼직한 등산배낭은 만원 지하철에서 그 자체가 흉기였다. 배낭에 손이 긁히기도 했고 겉옷 단추가 떨어진 적도 있었다. ‘배낭 좀 아래에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싶었지만 모두 불편한 자리에서 자칫 언성이 높아질 까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 어찌보면 아무 것도 아닌 문제일 텐데 한 마디하자니 그것도 창피한 노릇이다.

몇해 전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아이의 학교가방이 너무 무거워 보여 안쓰러웠던 기억이 난다. 조금 과장하자면 애들 가방이 어른 힘으로도 지탱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보다못해 당시 유행하던 끄는 가방(학생용 캐리어)을 사줬다. 아이는 신이 나서 몇 번 학교에 끌고 다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메는 가방을 찾는 것이다. 이유인 즉 복도나 교실에서 끄는 가방 바퀴소리로 다른 아이들이 피해를 입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선생님이 얘기해 줬지만 어찌 됐건 기특했다. 자신만이 아니라 남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웠다는 게 여간 대견스러운 게 아니었다.

요즘 어디를 가든 귀에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에 집중하면서 제 갈 길만 가는 보행자들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심지어 운행중에도 이를 사용하는 운전자도 종종 눈에 띈다. 차를 운전하면서 좀처럼 경적을 울리지 않지만, 이면도로 한 가운데를 막고 스마트폰에 빠져 경적을 울려도 미동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때론 화가 나기도 한다. 앞 사람과 얘기를 나누면서도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거나 시선은 스마트폰에 꽂혀 있는 사람들 역시 흔히 볼 수 있다. 비즈니스 미팅 때 스마트폰을 보는 직장인도 더러 있다. 이 역시 상대편에 앉아 있는 사람에 대한 예의는 아닐 것이다.

움직이면서 스마트폰 하나로 각종 업무에 문화생활까지 할 수 있으니 그 편리함을 누가 거부하겠는가? 무게를 한 쪽이 아니라 양쪽으로 나눠 덜 무겁게 만든 백팩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스마트폰에 집중하든 백팩을 메든 뭐라 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로인해 주위 사람에게 불편함과 불쾌함을 준다면 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예의 문제를 떠나 더욱 위험하다.

앞으로 개인 생활용품들은 ‘나를 중심으로’ 더욱 더 편리해지고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기(利器) 때문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 불편해 진다면 그건 이기(利己)임이 분명하다. 이기(利器)를 함께 현명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는 사회적 룰이 필요한 이유다.

또 지하철 문이 열린다. 이번에는 백팩을 앞으로 멘 청년이 맨 앞에 서서 만원 지하철에 오르려 한다. ‘이번에는 돌격(?)을 위해 백팩을 앞으로 멘 것인가?’ 백팩을 두 손으로 감싼 이 청년.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도록 백팩을 앞으로 멘 것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그 청년, 잠시나마 오해했던 것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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