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의 폐해를 알리는 경고그림을 담뱃갑에 의무적으로 넣도록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1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2소위를 조건부로 통과했다. 담뱃갑 경고그림 삽입 법제화는 지난 2002년 이후 12번이나 국회의 문턱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던 사안이다. 지난 2월 국회에서는 복지위를 통과하고도 법사위에서 발목이 잡혔다. 당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흡연자의 행복추구권이 과도하게 침해될 수 있다”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반대로 통과하지 못하고 이번 1일 소위에 회부된 바 있다. 이번 소위 논의과정에서도 같은 의견이 반영돼, 경고그림은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달게 됐다.
주지하다시피 이 개정안은 국회 복지위에서 오랜 심의와 보완작업을 거친 합의물이다. 지난 국회에서 김진태 의원이 주장한 흡연자의 행복추구권 문제라면, 흡연권 및 경고그림의 효과 문제와 함께 복지위 의원들과 관련 전문가들, 시민사회 간의 논의와 검토가 이미 끝난 사안이다. 보건 전문가도 아닌 법사위 의원이 생뚱맞게 던지는 “행복추구권” 논리로 좌우될 사안이 아니라는 의미다. 더욱이 새 법안의 잣구가 제대로 돼 있는지와 다른 법률과 충돌의 가능성은 없는지를 살펴야 할 법사위에서 법의 취지까지 간섭하고 나선 것은 상임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심각한 월권행위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번에 소위를 통과함으로써, 이 개정안은 6일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상정 절차를 남겨두게 됐다. 설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해도 1년반의 유예기간을 거쳐야 한다. 빨라야 2016년 연말께나 돼야 국내에서 판매되는 담뱃갑에 경고그림이 의무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똑같은 국민건강 증진을 기치로 내걸었으면서도 국회는 담뱃값 인상안은 일사천리로 처리해낸 바 있다. 흡연자의 주머니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국민건강 증진을 도모하겠다는 이런 개정안에 대해서는, 국회는 14년째 미적대기만 하고 있다. 국민 전체의 건강증진이나 건강보험 재정난이 아닌 흡연자의 행복추구권으로 논의를 좁힌다 해도, 처리해야 할 더 중요하고 실질적인 조치들은 많다. 비흡연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존엄을 지키면서 떳떳하게 끽연을 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제공하는 것, 언제든 금연을 시도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폭넓은 지원시스템을 구축해내는 것이 그것이다. 세수와 업계 로비로 개정안 처리가 휘둘리고 있다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국회가 결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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