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외국어대학교가 재학생과 휴학생들을 대상으로 학부모의 직업을 조사하려던 사실이 드러났다. 학부모 가운데 고위공무원, 국회의원, 의사 등을 따로 관리하려다가 총학생회에 발각된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이 대학 발전협력팀이 지난달 28일 각 학과에 보낸 ‘학과별 주요 학부모 파악 협조 요청문’이었다. 이 협조문이 지칭하는 ‘주요 학부모’란 한마디로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이었다. 조사 대상이 ▲고위 공무원 ▲국회의원 ▲의사 ▲법조계 종사자 ▲대기업·금융권 종사자 ▲학과장의 판단으로 학교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학부모 등으로 명시돼 있었던 것이다. 특히 고위 공무원은 2급 이사관(국장급) 이상, 의사는 종합병원 과장 이상, 법조계 종사자는 판사, 검사, 변호사, 대기업·금융권 종사자는 임원 이상 등의 세부기준도 갖추고 있었다.

공문 내용이 알려지자 학교 측은 “주요 학부모 네트워킹을 통해 우리대학 발전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자 한다”고 조사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먼저 총학생회 측이 "학부모까지 평가하는 학교 당국의 몰상식한 태도에 불쾌함을 감출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학생들 역시 SNS 등에 “나머지 학부모는 ‘부수적인’ 학부모라도 된다는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파문이 계속되자 한국외대 측은 지난 1일 공문을 취소했다. 학교 구성원들에 대한 사과문도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상처를 입은 후였다. 특히 초등학교에서도 묻지 않는 학부모 신상정보를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이 나서서 조사하려 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아무리 ‘부모가 최고 스펙’인 사회라지만 대학의 최고 스펙은 학생들의 역량이다. 학교 발전은 학부모의 연줄이 아닌 학생의 능력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대학들이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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