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 산하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최근 중기이코노미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이곳에서 등급 판정을 받은 계란은 9억2787만개로, 이중 99.96%에 해당하는 9억2752만개가 1등급 이상 판정을 받았다. △1+등급 8억6715만개 △1등급 6037만개 △2등급 32만개 △3등급 3만7000개 순이었다.

계란등급제란 축산물품질평가원이 2003년부터 시행 중인 등급판정 제도다. 계란의 외관, 내부 투광, 깼을 때 모양 등을 기준으로 1+, 1, 2, 3등급으로 판정한다. 계란 껍데기가 깨끗하고 깼을 때 노른자가 동그랗게 퍼지며, 흰자가 노른자 주위를 탄력 있게 에워싸고 있어야 1등급 이상을 받을 수 있다. 

현재 계란등급제에서는 신청만 하면 대부분 1등급을 받을 수 있어 실효성이 있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는 계란 등급판정제도 운영현황과 평가보고서에서 “계란 1등급 이상 판정을 받는 비율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모두 99.8%를 넘었다”면서 “계란등급판정제도의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한계점이 노출됐다”고 설명했다.

등급 판정을 신청한 계란 대부분이 1등급을 받는 것은 계란이 자율판정품목인 탓이다. 축산법 제35조와 시행규칙에 따르면 소와 돼지는 반드시 등급 판정을 받아야 하는 의무 대상이나 계란, 닭, 오리 등은 원하는 유통업자에 한해 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등급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통업자들은 아예 신청조차 하지 않기 때문에 1등급 판정이 가능한 유통업자들만 등급제 신청을 한다는 것이다.

등급판정을 받는 계란은 전체 계란 중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계란 141억1700만개 중 계란등급 판정을 받은 계란은 9억2800만개로 전체의 6.6%에 불과했다. 2012년 5.2%, 2013년 6.1% 등과 비교하면 다소 상승했으나 여전히 전체 대비 등급 판정을 받는 계란의 수는 미비한 상황이다.

중소 계란유통업자들은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요구하는 물세척 기준을 충족할 수 없어 등급제 신청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1등급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계란 물세척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영세 유통업자들은 세척시설을 갖출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계란세척기 전문기업인 대창특수기계에 따르면 가장 저렴한 제품이 900만원이며 비싼 것은 5억원에 이른다. 시간당 세척할 수 있는 계란의 수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라는 것이 이 회사의 설명이다.

축산물평가원도 이같은 문제제기를 의식, 올해 1월부터는 등급 기준을 일부 개선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평가관리팀 전승엽 차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는 반드시 계란을 물에 세척을 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세척 등’이라는 표현으로 바꿨다. 물세척이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세척 과정을 거치면 등급 판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많은 계란이 등급 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덧붙였다.